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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준이 Sep 18. 2018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의 정수들

[2018년 2월, 모스크바에서 카잔으로 가는 열차에서] 러시아 열차는 느리게 오랫동안 갑니다, 때문에 가장 낮은 등급인 3등 칸에도 침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누워서 갈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러시아의 양쪽에 유럽과 아시아가 있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어느 정도 무리수가 있는 발언이긴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하여 중간지대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에서만 찾을 수 있는 모습들이 있듯이 러시아에서도 고유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습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7개월간 모스크바와 그 외 지방 도시들을 돌며 찍었던 사진들로 오늘은 러시아만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2018년 2월, 카잔스키 크레믈 앞에서] 겨울이면 매서운 눈발이 자주 내리는 러시아의 또 다은 상징은 크레믈입니다,


역사적인 도시라면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는 크레믈은 이전 러시아 도시들의 발전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때문에 눈밭 위로 보이는 크레믈은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2018년 2월 카잔] 밤이 되면 한적해진 거리에 쌓인 눈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러시아는 강설량이 많은 만큼 제설작업이 빨리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치운 눈은 잠시 밀어둡니다.
[2018년 3월 7일, 같은 날짜에 촬영된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과 러시아 남부 흑해 근처의 도시 크라스노다르]


러시아의 영토는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같은 러시아라도 지역마다 날씨도, 기후도 다릅니다. 


모스크바에는 제가 크라스노다르로 날아가던 날 강한 눈보라가 있어서 항공기도 지연이 되었는데 크라스노다르에 도착하니 습도 높은 기후에 당시 모스크바에서는 볼 수 없던 잔디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흑해의 연안도시 소치도 그렇습니다. 도시를 둘러싼 산을 오르면 가슴뛰는 설경이 기다리지만 내려오면 그래도 온난한 바닷바람이 붑니다.



[2018년 3월, 흑해의 항구도시 노보라씨스크에서]


앞에 보이는 화염은 러시아어로 '영원한 불꽃'이라 불리는 2차 세계대전 전몰용사들을 기리는 불꽃입니다, 모스크바에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있고 러시아 전역의 모든 도시에서 하나씩은 볼 수 있는 조형물입니다, 


다만 일부 도시의 경우 더 화려하게 건설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해당 도시가 대조국 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영웅의 도시'라는 칭호를 받았거나 관련된 역사가 깊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미 종전 후 72년이나 지난 일에 대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노령층부터 젊은 층까지 전쟁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슬픔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애국주의의 물결이 일면서 한층 더 강화되는 국민적 정서이기도 합니다.



[2018년 3월 노보라씨스크에서]


러시아는 흑해 연안을 차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습니다. 러시아의 시작을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이 동방정교를 수용하면서 부터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러시아는 역사의 시작과 함께 '지리적 고립성'이라는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유럽의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위에 얼지 않는 부동항이 꼭 필요하다고 실감한 절대군주들은 인근 국가들과 전쟁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오늘날 러시아의 국부로 평가받는 표트르 대제 스웨덴과 오스만제국(지금의 터키)과 오랜시간 전쟁을 치뤘고 흑해와 발트해 연안을 빼았는데 성공했습니다. 


흑해는 이후로 러시아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바다가 되었습니다. 많은 화가들의 영감이 대상이 되었고 흑해 연안은 따뜻한 기후와 자연절경의 아름다움으로 로마노프 황실의 여름별장이 위치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장소인 노보라씨스크또한 예전에는 군항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옅은 색깔의 바다는 바다의 낭만을 화풍에 담아내려 했던 러시아의 민족적인 화가 아이바좁스키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Ivan_Aivazovsky



[2018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에서]


여름에는 수많은 배들이 움직이는 네바강은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어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다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20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동시에 러시아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매력 있는 도시입니다.


[2018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삭성당에서]


러시아는 동방정교도의 중심지입니다. 이전의 그리스 정교의 중심지인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튀르크에게 멸망당하자 러시아의 차르 이반 3세는 동로마 제국의 황녀 소피아와 결혼하고 러시아가 그리스 정교의 중심지이자 로마를 계승한 '제3의 로마'라고 주장합니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정교회 성당들은 대부분 러시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에서] 여름이면 배들이, 겨울에는 공기 부양정이 다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매력



[2018년 3월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자작나무는 러시아의 상징입니다,  수많은 자작나무가 자란 숲에 눈이 쌓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우리가 러시아 여행을 가면 많이 사오는 기념품 중 하나가 차가버섯입니다.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에 기생해서 자라는 버섯이기 떄문에 러시아의 특산품 중 하나입니다.

[2018년 3월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해지는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풍경, 러시아 내룩의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모두 강을 끼고 발전했습니다.
[2018년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에서
[2018년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변에서]


겨울의 러시아는 춥고 우울한 느낌이 있지만 여름의 러시아는 밝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러시아는 만약 겨울에 방문했다면 여름에 한 번 더 가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18년 5월 모스크바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전승기념일 행사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대조국전쟁의 승전을 기리는 전승기념일에는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전쟁 기간 전사한 유족들의 사진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행사부터 외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전승기념일 퍼레이드까지 수많은 행사들이 열립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자부심과 역사의식을 느낄 수 있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8년 5월 모스크바에서] 퍼레이드를 위해 붉은 광장으로 날아가는 전술기
[2018년 7월 모스크바에서] 

우리에게는 테트리스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성 바실리 성당과 모스크바 크렘린의 종탑이 잘 보이는 사진입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랜드마크이자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2017년 7월 모스크바에서] 모스크바의 스카이라인은 높지 않지만  바늘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업무지구가 있는데 이는 '모스크바 시티'라고 불리는 현대식 업무지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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