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격 Dec 11. 2019

idus 입점 신청을 합니다

일생이 그런 인생

단순. 반복 노동을 하다 보면 몸이 뻐근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오늘 하기로 한 것, 해야 할 것이 한참이라서 쉼 없이 하다 보면 이런 짓을 계속해야 하는 삶인가. 회의감이 든다. 그래서 초심을 떠올린다. 이렇게 살려고 고향에 내려온 건 아니다. 집어치우고 공방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육체가 피곤하면 별거 없이 하던 일도 지겨워진다. 그런 걸 계속 잡고 있으면 일 자체가 싫어질 수 있다. 장기전을 위해선 주저 없이 떨쳐 일어나야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느껴지는 육체적 편안함이 흡족하다. 

그리고 도착할 때쯤(10분 걸린다)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는 것이 무겁게 다가와 머리가 뻐근해진다. 


안 되겠다. 아직 멀었지만 팔아 봐야겠다. 

다시금 수제품 판매 사이트를 조사해 봤으나 idus 말고는 검색되는 것이 없었다. 

그곳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 상품을 주로 다루는 젊은 층이 주된 소비자로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타겟층과 다른데 어쩔 수 없다. 

입점에 대해서 알아보니 한 달에 한 번만 신청할 수 있었다. 심사에서 떨어지면 달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11월 말이었다. 급하게 준비해서 지원서를 넣어 볼까? 떨어지더라고 다음 주면 12월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제대로 작성해서 한 번에 통과하자고 맘을 먹는다. 밑져야 본전 정도의 노력으로 뭐가 된 적은 없다. 일생이 그런 인생이다.


아이디어스의 입점 자격요건은 사진의 품질. 기존 작품과의 차별성, 시장성, 작품성이란다. 

도자기로 식기를 만드는 나 같은 경우 시장성과 작품성은 별다르지 않아 할 말이 없다. 패스하고 사진의 품질과 기존 작품과의 차별성에 신경 썼다. 


사진의 품질

아웃 포커싱. 무조건 아웃 포커싱이다. 폰카로는 한계가 느껴져 똑딱이 하나 구입했다. 오버하지 말고 간편하게 간다. 충분하다. 

조명, 빛이 중요하다. 미스 스튜디오 구입. 근데 그걸로 찍으면(누끼컷) 왠지 별거 없어 보였다. 사물에는 그림자가 있어야 느낌이 생긴다. 아침햇살 최고. 

촬영에 필요한 공간 마련. 스카프. 천조각으로 밋밋하지 않게 깔고. 친환경 가을 경치를 위해 공방 앞 풀을 뽑아왔다. 합판 사와 검은 페인트 칠로 빽판을 만들었다. 시간과 조금의 돈이 들었다.


열심히 라면도 끓여 담고 스파게티, 닭찜도 해 먹으면서 일주일간 사진을 찍었다. 그걸 그냥 보내지 않고 PPT로 구성해서 대단한 작품 세게 와 작품군(밥공기, 사발, 접시, 머그컵)에 대해서 썰을 풀어 넣었다.

[상품 사진과 세계관]
[밥그릇과 썰]
[사발]
[접시]
[머그컵]


[상품 업로드 예]



차별성

빛깔과 바닥에 대한 썰을 좀 만들어 넣었다. 개성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충분치 않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진행을 하다 보니 입점 심사를 통과하는 요령 및 사진 촬영에 대한 tip 등이 잘 안내되어 있고 의욕을 부추기는 분위기여서 열심히 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공예인 연평균 수입이 1175만 원(한국공예문화진흥원 통계)이고 idus에 입점한 작가의 연평균 수입이 2100만 원 상위 35%는 5500만 원이란다. 매출인지, 순수입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게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최한 핸드메이드 어워드 2019 수상 작가를 보니 도자기는 없다. 액세서리나 먹는장사를 해야 한다.  


어쨌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7일 이내에 결과를 준단다. 떨어지면 내년으로 넘어간다. 가뜩이나 저점인 자존감에 구멍이 뚫릴 것이다. 쓸쓸한 바람이 숭숭.. 

작가의 이전글 고집과 우직함의 구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