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격 Aug 29. 2022

모순된 취향

그릇은 형태와 빛깔로 멋 내기하는데

형태는 접시, 사발 혹은 컵. 

일일체험으로 할 수 있는 형태는 한계가 있다. 

빛깔에 대해서도 유약은 투명유로 한정시켰고 비비드(원색)한 색깔 흙을 제공하여 원하는 색을 입히도록 하고 있다. 체험자는 지식이 없는 상황이므로 자유롭게 놀아도 문제 되지 않는, 예상 가능한 결과를 위해서 제한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 장애 오고 원하는 것을 확정 짓기 위한 조율로 시간을 다 보낸다.  

 

이런 한정된 범위 내에서도 취향은 존재한다. 

투명유에는 매트한 무광과 반짝반짝 유광이 있는데, 보통 유광을 선호한다. 기성품이 유광이라서 그런 것인지, 유광을 좋아하니까. 기성품들이 반짝반짝하는 것인지. 

난 모른다. 

 

젊은 체험자들은 색깔 흙으로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주부님이 될수록 그런 거 필요 없고 형태 잡아 전체를 하나의 톤으로 시유해 버리는 것을 선호하신다. 

알록달록은 정신 사납다. 그리고 큰 것을 원하신다. 


처음에는 큰 것도 모두 허용하였으나 만드는 과정과 말리고 시유,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해서 이제는 제한을 둔다. 

색깔 흙으로 무늬 넣는 것을 하지 않으면 작업이 일찍 끝나고 할 게 없다. 

이 공방은 아직 주부님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해야지, 계획은 있으나 실천하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은 꽤나 재미있어한다. 

물감으로 붓질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원한다) 

똥손이라고 깔고 시작하거나 그림에 별다른 취미가 없는 일반인은 색깔 흙으로 조물 조물 만들어 붙이는 작업에 대해서 신기하고 재밌어한다. 

작업의 특성상, 복잡한 그림을 넣을 수가 없다. 

금손도 단순화시켜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금손은 단순화도 잘한다.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별해서 구현한다.  


표현하는 것들은 꽃, 캐릭터, 도트나 도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풍경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금손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금손들의 작품이 놀라움을 주기는 하지만 마음이 가는 것은 아이들이나 천진난만한, 재미를 주는 작품 들이다.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조금만 삐뚤어져도 느껴지는 감정선이 달라진다. 의도하지 않는 표정 된다. 


얘가 화났어요.

비명 지르는 거야?

콧물이야? 


그리고 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캐릭터는 사람 혹은 의인화한 동물, 사물들이다. 모두 사람을 향하고 있다.

멋진 풍경에도 어디 구성에 사람의 형태가 보이면 그 부분에 신경이 간다.  

근데 나는 사람을 불편해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신경이 가는 것은 의식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여행을 갈 때도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한다. 외국을 갈 경우 한국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간다. 

외국사람은 풍경.. 


간판이 아는 이에게는 정보이고 모르는 이에게는 무늬, 기호일 뿐이라서 우리나라 간판이 외국인들에게는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홍콩 간판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에 갈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해 계속 바뀌는 풍경을 구경한다.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풍경은 정보이고 외국 풍경은 재미이다.  


꽃 그림은 무늬이지만 눈코입을 넣는 순간. 사람처럼 느껴진다. 

조금 삐뚤어진 것도 의미, 느낌으로 다가온다. 


풍경을 좋아하고 사람을 불편해하면서 캐릭터를 쫓는 것은 모순된 건가? 


인물 사진이나 사실적인 그림은 아직 불편하다. 

조금 기호화시킨 캐릭터까지 이다.  

아직 그 수준이다. 

    


작가의 이전글 손님, 감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