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단체 체험이 있었다. 10명 단위로 나눠서 두번에 걸쳐 진행했는데 6명 정도만 되도 챙겨주는데 버겁다.
모르겠는 건 계속 물어 보라고 말은 했지만 인원이 많다 보니 소홀해지는 구석이 생긴다.
나를 계속 찾는 학생이 있는 반면 사람 부르는데 소극적인 학생이 있다.
몸은 활발하고 시끄러운 학생들 앞에 있지만 신경은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학생에게 가 있다.
감정을 쉽게 다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가는데, 그 학생은 표현이 어렵고 결과물이 노력에 비해서 만족스럽지 않을 만한 것을 하고 있었다. 섬세한 풍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손재주가 있구나 생각은 들었지만 원하는데로 잘 되고 있는진 모르겠고 보통 그냥 보기에 이쁘다는 말이 나오기 어려운 어두운 스타일의 풍경이었다.
무난한 것을 적당히 하는 학생들이 나를 더 많이 찾았다.
나를 찾는 곳에 갔다 오니 다 만들고 혼자서 형태를 잡았는데, 문제가 있었다.
글로 설명하기에 장황해져서 생략하는데 하여간 점토가 마르면서 혹은 소성 과정에서 금이 가기 쉽게 해 놓았다. 열심히 해놓고 막판에 망친 것 같았다.
한숨이 나왔다.
바쁘게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생겨서 마음이 조급해 졌는데 저렇게 해 놓으니 짜증이 올라왔다.
(종이접기 하는 건가. 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하면 이런데서 금이가요.
어떻게 해요? 다시 펴서 붙일 까요?
(이미 자르고 접고 다 해 놓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늦었어요. 그냥 말려봐야죠. 근데 이런데서 문제가 생길거에요.
냉냉하게 얘기하고 말았다.
체험이 끝나고 정리하는데, 내가 지적했던 부분은 모두 잘라내고 평평하고 작은 플레이트가 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모두 포기하고 정성들어 표현했던 부분 정도만 남겨 놓은 것이다.
과민했다.
반드시 금이 갈 상황은 아니였는데, 잘 다듬어서 지켜볼 수도 있었는데, 안 좋은 쪽으로 과장했다.
이렇게 작아졌구나
이런 경험이 바쁠 때 마다 나타났다.
자리 비운 사이에 내가 설명한 것의 반대로 하였다.
그럴 때 마다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 설명 했는데 왜 이렇게 했지? 왜 내 말을 안듣지?)
아직 힘이 없는데 이렇게 하면 다시 내려 앉을 거에요
어!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죠? 다시 여기 덮을 까요?
이미 떼 냈으니까. 어쩔 수 없죠.
나중에 다 정리하고 마음이 차분해 지니. 또 생각이 난다.
왜 화가 났을 까.
대단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잘못도 아니고 즐기러 와서 가볍게 하는 건데
차라리 웃는게 맞는 건데.
나에게 당연한 일이므로 타인에게도 당연해야지.
내 마음을 알아줘야지.
강요하고픈 마음이 생겨서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지나가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지.
그래도 이제 이런 감정을 반응하기 전에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 버리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해서 차라리 웃기로 했다.
목적지향..
목적이 좋은 기분이라는 걸 자꾸 잊는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다.
좋은 기분에 취해서 웃겨보려고 하다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농담을 좋아하면 응대 차원에서 조금씩 놀리게 되었는데, 상대의 한계치를 잘 못 파악하거나 주변 친구들의 반응에 취해서 선을 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느낀다.
체험이 끝날 쯔음 웃음이 사라지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짧게 인사하며 공방을 나서거나 태도의 변화가 느껴지면 찜찜함이 생긴다.
기분이 상했나?
한달 후 도자기 찾아가라는 문자에 답변도 없고 찾아가지 않는다.
기분이 상했구나. 어떤 말이 잘 못 됐지?
기억나지 않는 행동을 곱씹어 본다.
망상인가? 그릇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아무쪼록 아직 여유가 없어서 그러니 나의 무례함을 잊고 날선 행동에도 개의치 않고 무디게 감각하며
나를 기억하지 않고 흘려 버리고 잊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