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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Oct 30. 2022

인스타

싸이월드 시절부터 SNS 같은 걸 하는 애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지런 떨고 희로애락을 거기서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한심했다.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라


장사를 시작한 이후로 말해 뭐해 수준으로 필요성이 느껴졌지만 거부감은 여전했다.

광장 한복판. 길거리 버스킹 같은 느낌이다. 갈 길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내 노래를 들으라는 것이다.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나한테는 어렵다.

필요성만으로는 행동하기 힘들었다.  


얼마 전 차의 브레이크를 고치러 가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할 일 없으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인스타를 뒤적이다가 소름이 돋았다. 

아래 위치한 공방 인스타를 보게 되었고 그곳은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시작해서 1년 6개월 정도 지났는데 300개가 넘는 업로드가 있었다. 

나는 당시 50개 정도 올리고 있었다. 

염탐하는 것 같아서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빠져나왔다. 


다시금 현실이 씨게 다가왔다. 

공방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게으른 생각이었다.

손님 없는 게 지방 소도시의 현실. 환경 탓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머리로만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뿐사뿐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 이삼일에 하나씩은 올렸다. 체험 후 완성된 것을 찍어서 올렸다. 체험 공방이니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지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없는 팔로우에 좋아요를 달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마웠다. 

그래도 의무 100%만으로는 지속하기 힘들었다. 같은 스타일의 업로드가 계속되면서 발전 없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올릴게 없어졌다. 

의무감으로 부르는 노래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설까? 

멈춰서 들어주면 마냥 좋을까?


정기 수강생 중 아주 작은, 손톱 크기 혹은 엄지 손가락 정도의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서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레진 아트를 업으로 삼고 있는 미대생이었다.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인스타 팔로우가 만 명이 넘고 충분히 먹고살만한 상황이 되어서 휴학하고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의 학교는 재미도 없고 취업을 위해서 다니는 것이니 계속 다녀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DM을 통한 판매가 번거로워 작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만들어 놓았다. 

투명 레진 속에 알록달록하고 아주 작은 인형을 만들어 넣은 액세서리가 모두 sold out 되어 있었다. 

반짝반짝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인형이 놀라웠다. 작게 만드는 게 컨셉이라고 했다. 

예쁨 + 대단함 = 안 살 수가 없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뭐가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독립된 성인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팔로우 천명만 넘어도 웬만큼 수입이 되었다고 했다. 아는 언니도 인스타를 통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꽤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수공예로 돈 잘 버는 사람이 있으니 막연했던 것이 조금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계정을 알려줬다.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은 정통 스타일이었는데, 추천해준 계정들에는 키치 한, 장난스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직관적으로 재미가 느껴졌다. 울퉁불퉁 반듯하지 않았지만 재미있고 개성 있는 것들이었다. 차라리 장난치는 건 조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힘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통 스타일의 도자기는 고상함인가 럭셔리인가 뭐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확실히 와닿지 않아서 보는 눈을 키우려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학생의 조언 이후로 포인트 형식으로 라도 키치 한 구석을 넣으려고 아트토이 같은 영상을 계속 찾아보았다. 그리고 인스타에 관련된 영상도 열심히 찾아봤다. 

우선 팔로우 늘리는 방법이 궁금했다. 

하루 2,3시간은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피드를 만들어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정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러주고 일정 시간 동안 인스타에서 놀아 줘야 한단다.

정보성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진을 잘 찍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잘 나가는 계정의 사진을 따라 해 보고..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다가 귀에 들어오는 얘기가 있었다. 

SNS는 친구를 사귀는 행위.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다. 친구를 사귀는 게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얘기였을 것이다.  

영업적으로 접근하는 나는 원리를 이해 못 하고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서 답을 얻으려 하는 꼴이었다.

혼자인 것에 익숙하고 그걸 편하게 생각하는 나는 누가 구분동작으로  설명해 줘야 하고 충분한 이해가 따라오지 못하니 응용이 안되고 자연스럽고 다양한 결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각성하게 됐고 의식의 확장이 있었다. 

조언해준 학생의 경우만 명의 친구가 있고 그들이 물건도 사주고..

안정된 삶이 이뤄질 수 있겠다. 

고용돼서 돈 받는 회사생활은 나에게 궁극적인 안정을 주지 못했다. 

옆에 동종업종이 생기면 매출 반토막 나는 자영업도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친구를 확보하면 확실한 자산이 될 것 같았다. 

필요성이 더 느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고향 내려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인스타를 하면 된다. 

offline에서 직접 만날 필요 없다. 예의 차릴 만한 거리의 친구가 필요하니 인스타가 딱이다.

생활을 기록하고 나중에 추억할 수 있어야 하니 인스타가 딱이다.


그런데도 즐겁게 열심히 업로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말을 건다는 것은 남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 것인데, 의미 없는 짓으로 그럴 수 있나. 

재미를 주든 공감을 주든 정보를 주든 뭔가를 줘야 하는데.. 

누구에게 먼저 사귀자고 접근한 일이 없는데..

 

인스타에 올려야지 하고 찍은 사진이 휴대폰에 쌓여가고 있다. 


회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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