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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Oct 24. 2022

직업

불안을 떨치고 자유를 얻고 싶었다

퇴사 이유가 뭐였나? 


1. 지긋지긋해서

2. 하고 싶은 걸 해야겠어서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게 저주 같이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하고 싶었는데 돈이 많이 들고 돈이 안 될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미련은 계속 남아 그쪽에서 열정을 다하는 이들을 보면 잠시나마 피가 끓었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이들은 그냥 돈 되는 일 하면 된다. 하고 싶은 걸 맘에 두고 딴짓하는 것보다는 적응이 수월해 보였다. 개인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젊은 시절에는 도전을 못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은 포기부터 가르쳐 줬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원하는 것보다는 되는 것을 선택하고 그러고 나서 투덜 대는 어른이 되었다.  


지긋지긋함이 차고 넘치고 접히는 나이가 돼서야 도전할 수 있었다. 

인생 뭐 없다. 어떤 형태로든 살더라 이런 생각이 들고 나서야 도전할 수 있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면 뭐든 상관없었다. 

취미를 시작할 때 회화로 가지 않고 도자기를 한 것은 쓸모 때문이었다. 

바라만 보는 용도의 물건은 너무 사치였다.

그리고 이제 그게 직업이 되었다. 


그때 막연히 생각했던 도공의 모습. 

조용히 자연 속에서 흙 만지며 힘도 좀 쓰고 땀도 좀 흘리고  

조용히 마음 가는 것을 만들고

만든 것에 건강한 음식을 담아 야외에서 밥 먹는.. 

건강해 보였다. 지속 가능성(늙어서도 어울리는)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낭만이 개입되었다.  

현실적인 일을 해야 했는데, 멀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지금 생각은 제조업보다는 유통(장사)이 빠른 결실을 얻을 것 같다)

3년간 지리멸렬한 시간이 계속되며 아직 철이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소수자가 되지 않으려고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남들 하는 걸 해야 하는데. 예술하고 앉았다.


모아 놓은 돈 없이 자아실현 같은 걸 하려 했던 것. 

여유를 갖고자 했던 것.

TV에서 봤던 사람처럼 살려고 했던 것.

모두 잘못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팟방 빅 리틀 라이프에서 커리어 고민에 대해 인터뷰 한 걸 들었다. 고민 없는 사람을 찾아보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다니는 이(거대조직의 구성원. 효용성, 전문성 고민) -> 

컨설팅 업체 컨설턴트 (안정성 고민, 보장된 정년 부러움) -> 

공무원 (생각보다 워라벨 안됨, 전문직 부러움) -> 

변호사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져야 함, 계속 능력을 키워야 함, 자기 계발 필요 없는 직업 부러움) -> 

교사 (본인의 일이 멋지지 않음, 사소한 일로 인생을 보냄, 기술을 배워야 함, 공대를 나와야 함) -> 

대기업 개발자(다양한 경험이 어려움, 이 회사 잘리면 갈데없음, 범용성 있는 기술이 약함) -> 

웹 개발자 (범용성이 있지만 그만큼 하는 사람도 많아서 전문성이 떨어짐.) -> 

데이터 개발자 (최신 기술임. 빠르게 변하고 있음. 나이 들어서도 변화를 계속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음.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 부러움) ->  

공기업 직원 (웹툰 학원 다녔음. 전직을 생각했었음, 회사원에서 벗어나 적성에 맞는 것을 하고 싶음, 프리랜서는 정년 이후의 삶도 가능하지 않은가 생각함) -> 

프리랜서 (불안함. 남들은 불안을 어떻게 견디는지 궁금함) -> 

사업가 (이직이 안되니 불안을 그냥 뚫고 나가야 함. 단순 이직은 머물러 있는 느낌이어서 사업에 도전함. 생각보다 불안함. 자유로운 만큼 책임도 커지고 중압감이 상당함. 모든 것을 희생해서 이끌어 나가는 느낌. 커리어 고민은 지금도 함. 대신 본인의 캐리어보다는 회사의 캐리어를 고민함)


인터뷰 제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커리어 고민이었다. 


모두 쫓기고 있는 건가?


미술 하는 예술인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는 대부분 예술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진행되지만 나이가 있고 성공한 작가들은 풍요로움과 자유가 느껴진다. 

젊은 시절에는 모두 고생을 했다. 젊은 작가의 경우 대부분 고생을 하고 있다. 


그건 예술이 힘든 것이 아니라 독립, 창업이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독립해서 홀로 경쟁해야 한다. 

현실을 배우고 자신을 정리하고 그 결과물이 남들 보기에 마음에 들어야 한다.   


사업이라면 돈 되는 것을 찾아 하면 되는데, 예술은 한정된 범주(하고 싶은 것) 안에서 돈 되는 것을 찾아야 하니 사업보다 힘겨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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