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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Oct 18. 2022

비교

살아온 것에 대한 평가

술자리였다. 

공무원 친구, 물려받은 자영업으로 꿀리지 않게 돈 버는 친구. 이렇게 술을 먹고 있었다. 

공무원 친구가 하소연을 했다.

갖은 게 없는 것 같다고.


얘 봐라. 아무것도 없잖아. 


뜬금없이 내가 소환됐다. 

하소연 공무원은 결혼도 일찍 하고 애도 셋이나 되고 집도 있고 알부자라는 얘기가 있는 집안의 자식이다.  

어떤 기준의 비교인지 모르니 내가 소환된 것 같다.  

잠깐 지나가는 소리로 거론됐지만, 난 또 그 상황을 곱씹고 있었다.  


2000년대 초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기. 

닷컴 열풍의 거품이 빠지면서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밀린 월급은 그대로 날아갔다. 

이후 30대를 보내고 권태가 찾아와 장사(카페)를 했다가 접고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꼬박꼬박 받는 월급이 욕심만큼은 아니었고 장사로 날린 돈이 아쉬워서 이자 많이 준다는 친척의 말에 넘어가 버렸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으라는 말이 있는데, 상황도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어쨌든 욕심은 남들의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 3년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살아온 것에 대한 평가

그건 모아놓은 돈이다. 


우리 나이 되면 3,4억은 있어야지. 다들 그 정도는 있던데?


평균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고 (믿을 만한 통계가 하나도 없다) 평균보다 높으면 어쩔 거고 낮으면 어쩔 건가.

평가 기준이 이렇게 단순하게 되면 돈 버는 것 외의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친구들은 권태로움, 낙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돈 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모두 안정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는 생활이고 술 먹고 맛있는 것 찾고 얘들 귀여운 맛으로 여태껏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런 시절도 지나가고 있다.  

평가기준에 맞게 살아온 세월이다. 


나는 허송세월을 보냈다. 

야근 열심히 하고 닥친 임무에 올인했지만, 


변화, 발전은 없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운영을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 


고생스럽고 그런 고생이 보람 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으면 다른 회사로 가야 한다. 

괜찮은 상황이라도 더 괜찮은 상황이 될 수 있으면 지금 하는 것을 조금 소홀히 하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당시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낯선 이들과의 관계 형성. 

자신감 부족. 

이런 것이 더 크게 작용해서 불만을 차곡차곡 쌓아만 놓았던 것 같다. 

같이 일하던 얘들이 자신의 자리를 잘 찾아가서 그랜저 모는 것 보면 인생 운영을 잘하고 있어 보인다. 


....


남들은 상관없다. 

결이 다른 삶을 원했으니까. 

까짓 거 돈은 앞으로 벌면 되지. 

지나간 인생은 어떻게 안되니까. 

그래 평가 기준에서 돈을 지우면 어떻게 되나. 

뭐가 남지.. 

기억해 내자 뭐가 남았지.



기록이 필요하구나. 

기억나지 않는다.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노력하는 것을 기록해야겠다.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자산으로 남겨야겠다. 

과거에서 좋은 감정을 다시 꺼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위로할 자산이 필요하다.  

친구들 얘기할 때 난 말이야.. 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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