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정리해야 한다고 제목을 쓸 뻔했다.
실패 아니고 경험인데 아직 '실패를 정리한다'가 더 와닿는다.
제품 자체가 눈에 띄어서 고객을 끌어당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화려하게 뭘 더 꾸미려 했다.
브랜딩, 마케팅에 대해서 생각하니 그럴 게 아니다. 다른 분야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서 제품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판매용으로 만든 시제품을 문 앞에 놓았다.
의도한 건 아니고 둘 데 없어서
사람들이 들어올 때는 낯선 공간을 살피고 주인장을 의식하느라 그것을 살피지 못한다.
체험 다 끝나고 홀가분하면 옷걸이 근처 거울을 발견하고 사진 찍고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주변을 인지하고 문 앞의 그것들을 발견한다.
'어머 예쁘다' 한마디 정도 던지고 지나간다.
(저 정도 반응이 구매로 이어지겠어?)
덤덤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묻지 않았는데 나오는 반응이니 그만큼의 의미는 있다.
그만큼의 의미가 차곡차곡 쌓였다.
판매 계획은 일찌감치 세우고 있었다. 아니 생각하고 있었다.
공방 앞에 판매 깃발 걸고
야외 테이블에 시 제품 진열하고
공방 내부에는 진열장 대신 테이블을 이용하여 판매용 제품 전시하고
시선이 위아래로 입체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진열하고
조화나 소품을 이용해 연출하고
연출은 사용 예시 사진을 출력하여 같이 두고
스토리를 갖고 연출하고...
머릿속에서만 진행된 계획은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수준의 생각만 반복한다.
정리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차곡차곡 계획 쌓기만 하고 있으니 머리가 무겁고 생각이 둔해진다.
아직 판매용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다.
진열은 대표 상품이 있어야 하고 고객에게 상품을 권해야 하고
고객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을 극적으로 전달해야 하고
고객은 뭘 알고 싶을 까.
어떻게 권할까.
브랜드의 장단점을 정리해서 마케팅하고 제품을 보완해야 하는데
장점이 뭘까.
잡기 편한 손잡이.. 가볍지는 않고 예쁘고 아니고는 막연한 것이고
확실한 것이 없구나.
유튜브로 획득한 과제를 생각하며
시제품을 쳐다보니
애매.. 하다.
인스타도 요즘 안 하고 있는데, 절실함이 느껴지니 오히려 못하게 된다.
제대로 해야지.
사진 촬영 기술부터 공부해야 한다.
사진 분위기, 캐릭터를 정하고 일관성 있게 나가자.
제품, 도자기뿐만 아니라 생활을 보여 줘야 하는데,
공방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인지.
톤과 메너는 어떻게..
고상한 꿈보다는 솔직한 욕망이 돈을 벌게 한다는데,
나의 욕망과 고객의 욕망은 어떻게 되는지.
돈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데..
머릿속 계획 쌓기는 계속된다.
남들 어떻게 하나, 남들 무슨 소리하나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거 중단하고
고민, 사색, 숙성의 시간이 필요했다.
공부 끝났고 계획,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다시 공부.
남들 기웃거리게 된다.
이래서 닥치고 실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겠지.
우선 그동안 만들어 왔던 시제품이 공방 한쪽에 너무 많이 쌓였다.
가마에서 꺼내면서 대충 보고 실패로 인식하고 여기저기 쳐 박아 놓았다.
자세히 보기 싫었다. 실패니까.
현실 확인이 싫었다.
쌓였던 경험을 꺼내서 살펴보는 게 먼저이고
정리한 후에 버려야 한다. 미련 때문에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세히 살피고 정리해서 버려 버려야 한다.
한 곳에 모두 모아 놓는 것까지는 했다가
체험이 잡혀서 다음으로 미루고..
공간이 부족해 모아 놓은 것들이 다시 여기저기 쳐 박아지고.
체험 공방 운영하면서 제품을 만들고
인스타, 블로그 하고
브랜딩 계획에 판매 준비에 할 일이 많고 하나하나 모르는 것들이고
배워서 아이디어 내야 하고
더디고 더디다.
할 줄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이번 주말도 체험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반드시 경험을 정리하고
결론 난 것은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