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인은 거의 없고 아이들이 많다.
불경기에 움츠린 건지 모르겠다.
그날은 4시, 5시 타임에 아이들이 몰렸다.
아이 5명이면 일단 엄마가 있고 할머니까지 와서 공방이 북적북적 앉을 의자가 부족했다.
유치원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자기는 잘 못 한 다고 엄마를 시킨다.
그런 아이들이 꽤 된다. 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엄마 혹은 아빠가 해야 한다.
못해도 괜찮으니 해보라 해도 수용 없다.
수줍어하니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다른 팀은 누나와 남동생이 왔다.
누나는 열심히 자신만의 세상을 구현하는데
투정 부리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한다.
짜증 내며 할 거라고 한다.
누나가 재미있어하니 하기는 해야겠는데 하기를 싫고 신경질이 나나보다.
사마귀를 무섭게 만들어 달라고 엄마에게 주문했다.
신경질 내는 아이에게도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팀.
초등 두 아이는 친구 사이인 거 같다. 모두 열심히 었다.
한 아이는 오기 싫어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럴 하기 싫다고 그랬지?
독백을 했다.
앉아서 해도 돼요
앉질 못 하겠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가보다. 엉덩이를 붙이지 못했다.
4시 팀은 이렇게 진행됐고
5시 팀으로 아이 한 명과 성인 커플이 추가 됐다.
오랜만의 성인이었다.
유치원생인 아이는 대답을 시원시원하게 하고
작은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었다.
여자 손님은 아이를 보며 자꾸 웃었다.
남자 손님은 자신의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거 뭐 같아요?
무언가의 실루엣이고 아직 만드는 중이었다.
긴장됐다.
여자 손님은 곰돌이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다.
동물이겠지.
머릴 굴려 데이터를 검색했다. 주저함이 필요했다.
너구리요.
맞아요. 알아보시잖아. 고구마 아니라고.
여자 손님이 다른 걸 참고하려고 자리를 비웠을 때 그는 내게 물었다.
내가 더 잘하지 않았어요?
번갈아 쳐다봤다. 일단 회피하자고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요.
다 들려.
여자손님이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컵에 새겨 넣을 너구리에 집중했다.
근데 그거 너무 큰데요?
컵 보다 너구리가 컸다.
그래요?
세로로 붙여도 크겠는데요?
옆으로 해도 머리가 컸다.
초등팀 둘러보고 오니 너구리는 다리를 잃은 채 컵에 새겨져 있었다.
다리를 잃었어요 ㅠㅠ 어느 게 더 잘 만들었어요?
슬픔은 슬픔이고
우열은 가려야 한다.
아이들한테 물어볼까요?
좋습니다. 아이들은 거짓말 안 하죠.
초등 아이를 불렀다.
둘러보고는 곰돌이를 선택했다.
여자손님의 기쁨.
남자손님의 좌절.
열심히 작업 중인 친구 초등 아이를 소환했다.
의외로 너구리를 골랐다.
남자손님의 기쁨. 나 죽지 않았다는 얼굴로 여자손님을 쳐다봤다.
우열은 가려야 한다. 나에게 턴이 오지 않도록 서둘렀다.
어머니는요?
저요?
엄마는 조금 당황했으나 주저하지는 않았다.
저는 아까 하는 얘기 들었어요
다리 잃은 사연을 알고 있었다.
동정심인지는 모르지만 너구리를 골랐다.
환희와 좌절.
두 개를 만들 수 있으나 남자손님은 에너지를 탕진했고 환희도 맛보았기에 그만하겠다 선언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만든 걸 구경했다.
친구 초등 아이를 도와줄 때 여자손님의 어쩔 줄 몰라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초등 아이가 선물을 건넸다.
반짝반짝 회전도 하는 액세서리 장난감이었다.
왜 선물을 했는지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으나 위로 인 듯했다.
우리는 줄 거 없어? 찾아봐.
쉬고 있던 남자손님은 공방을 뛰쳐나갔고
잠시 후 근처 베이커리 카페의 맛있고 비싼 빵을 들고 들어 왔다.
뭐 이런 거에 이런 걸 주세요.
사람들의 감사함이 부지런히 오갔다.
장사가 잘돼서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