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다치고, 일어나고, 넘어지고
작년 5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신 이모가 스케이트보드를 하나 주고 가셨다. 보드를 타고 친구들과 도로를 달리는 영상들, 어려운 트릭들을 쉽게 성공하는 영상들을 보며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미 한껏 커진 상태였다. 보드를 탄다는 게 어려울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운동신경 하나 믿고 나댔던 것이다.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받고 나서 바로 들고 아파트 단지로 나갔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멕시코에는 보드를 탈만한 곳도, 함께 타며 즐거워할 친구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보드 타는 법을 알려줄 사람도 없는 마당에 막연한 기대감에 가득 찬 나는 아직 중심도 잡지 못하면서 여기저기에서 타보려 노력했다, 하필이면 보도블록이 모두 튀어나와 있는 곳에서. 바퀴가 보도블록에 걸리고 나의 몸은 순시 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혹여나 사람들이 나의 이런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비웃을까 두려워 후다닥 풀숲 사이로 숨어버린 후, 다시 중심을 잡는 것부터 차근차근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열심히 탔다.
쌩쌩 달리는 법을 익혔을 때,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존경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뉴욕에서도 엘에이에서도 보드를 타는 사람들만을 찾아다니며 여행을 했을 정도로.
이제 트릭을 배울 차례였다. 틱택, 알리, 바닐라 밀크쉐이크, 사커 플립. 전부 쉬워 보였다. 금방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 알리를 시도해 본 날,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여 꼬리뼈를 다치기 전까지는 분명 전부 쉬울 줄 알았다. 계속해서 타치고, 넘어지고, 멍을 달며 다녔다. 신기하게도 포기할까 싶을 때마다 알리도, 사커 플립도 한 번씩 성공을 하게 되었다. 스케이트보드는 나에게 말 그대로 마약, 그리고 술이었다. 그만 타려고 다짐할 때마다 트릭을 성공하고, 보드를 그만두려 할 때마다 눈앞에 보드샵이 나타나고, 지칠 때마다 인스타그램에는 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었다.
나는 스케이트보드로 인생을 배웠다. 만 15세이긴 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보드를 탄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스케이트보드로 인생을 배운 것 같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도전하다 보면 언젠간 성공한다. 무조건. 반면에 보드를 타는 것을 잠시라도 쉬면 실력이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녹이 슨다. 정체기가 시작되기도 하고 넘어져서 생긴 상처를 볼 때면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후회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트릭을 성공하는 기분이, 보드에 생기는 상처들이, 보드를 타고 달리는 거리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주변에 보드를 타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어차피 친구를 사귀려 보드를 타기 시작한 것도 아닌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