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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 Apr 01. 2024

멕시코 살면 칸쿤도 가봤겠네?

할머니 댁보다 자주 가본 바다, 칸쿤

20번은 더 가본 칸쿤이지만 여전히 설레는 여행이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칸쿤에 가게 되었다.




책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았던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리킨다.

한 시간 뒤에 공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 슬슬 짐을 싸야 된다.

한국에서 사 온 반바지와 하얀 티셔츠,

파란색 수영복과 초록색 비키니를 대충 가방에 쑤셔 넣는다.

3박 4일 일정이기에 적어도 4벌의 옷과 속옷을 챙겨야 한다.

수영을 하고 난서는 옷을 갈아입기 귀찮으니까.. 몇 달 전에 사놓고 아직 한 번도 안 입어본 원피스들도 여러 벌 챙겨본다.


어딜 가나 모기가 자석처럼 달라붙기에 붓기용 연고도 파우치에 넣어준다.

아, 물론 가장 중요한 선크림도 잔뜩 챙겼다.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햇빛은 여름만큼 쨍쨍하니까.


그렇게 대충 짐을 챙기다 보면 성질 급한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10분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는 시간이지만 아빠는 항상 더 빠르게 출발하는 편이다.

여유를 부리던 나는 급하게 충전기들과 헤드셋을 하늘색 가방에 집어넣고 일층으로 내려간다.

충전기들이 서로 엉켜서 나중에 꽤나 고생하겠지만 일단은 얼른 내려가는 게 일 순위다.


시계가 1시 20분을 가리킨다. 나는 먼저 나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놓고 엄마 아빠를 기다린다.

전에 백화점에서 샀던 “리모아” 캐리어와 “쌤소나이트” 캐리어를 끌고 엄마, 아빠가 나온다.

마침 엘리베이터는 -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있다.


아파트 앞에 도착해 있는 하얀 공항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다른 공항들과 마찬가지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공항이라 40분 정도가 걸린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주변 풍경이 계속해서 바뀐다.

큰 빌딩이 나왔다가 낮은 산들만 보였다가.. 그라피티로 가득 찬 회색 벽들을 지나다 보면 금방 공항에 도착한다.


준비성 철저한 엄마가 미리 체크인을 해준 덕분에 우리는 바로 짐 검사를 하러 공항 2층으로 올라간다.

내 멕시코 여권을 직원분께 보여드린 뒤에 짐 검사를 받는다.

캐리어와 핸드폰 등을 모두 트레이에 넣고 검사대로 올려서 기다리다 보면 금방 짐이 나온다.

다행히 오늘은 걸린 게 없었는지 검사가 수월하게 끝났다.


우리 지역 공항은 작디작은 공항이라 식당도 거의 없고 있는 거라곤 스타벅스 하나가 다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탑승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남았으니 점심도 때울 겸 스타벅스로 들어간다.

나는 익숙하게 “시럽이 하나도 안 들어간 말차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우유는 두유로 바꾸고 무료 음료 쿠폰을 사용할 예정이니까 자바칩도 추가한다.

이렇게 먹으면 고소하고 쌉싸름하며 바삭하고 달달한 초코칩들이 씹히는 맛 때문에 계속 먹게 된다.


나는 멕시코에만 있는 옥수수 빵을 주문하고 엄마는 참치 샌드위치를, 아빠는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옥수수 빵,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냥 초당옥수수가 들어간 달달하고 고소한 빵 맛이다. 퍽퍽하지만 동시에 촉촉한 식감과 중간중간 씹히는 옥수수 껍질도 나름 매력 있다.

어쨌든 가족과 수다를 떨며 밥을 먹다 보면 금방 탑승 안내 음성이 들려온다.

스피커의 연식이 꽤 돼서 그런지 흐릿한 음성만이 들리지만 일단 “칸쿤”이라는 단어가 들렸으니 줄을 서러 간다.


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설레는 표정을 하고 하와이안 셔츠나 지푸라기 모자를 쓰고 있다.

아, 물론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탑승을 위해 비행기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비행기에 가까워질수록 찬 바람이 많이 불고 비행기 엔진의 소음이 귀를 때린다.

활주로를 걸어서 계단을 올라간다. 비행기 안에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아서 편하게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헤드셋을 끼고 괜히 비행기와 어울리는 감성적인 노래들을 틀며 창 밖을 바라본다.

그렇게 멍을 때리다 보면 잠에 든다. 그리고 2시간 30분 뒤에 도착 안내 음성이 나의 잠을 깨워준다.


창 밖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무리 자주 온다고 해도 적응이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며 내려갈수록 설레는 마음이 커진다.

잠시 후, 야자수가 가득한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 문이 열린다.

‘아, 덥다’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반겨준다.

본격적으로 3박 4일의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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