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돌잔치, 멕시코는 낀세아뇨
얼마 전부터 친구들의 생일 파티가 굉장히 잦아졌다.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치킨 샌드위치와 아이스크림도 먹고, 맨발로 축구도 했고..
반짝이는 비즈들로 알록달록한 팔찌도 만들며 놀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생일을 어떻게 축하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멕시코에서는 순수한 아이들이 모여서 순수하게 놀며 생일을 축하한다.
학교에 몰래 케이크를 가져와서 쉬는 시간에 축하를 해주기도 하고
(물론 생일자는 이미 눈치를 챈 상태로 모르는 척, 열심히 연기를 해주는 역할이다)
아이들이 각자 모여서 생일자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선물도 해주며
생일 파티에서는 맨발로 축구와 배구를 하며 어울려 논다.
비록 거창한 파티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날을 선물한다.
하나 더, 우리 학교 아이들은 생일 파티를 소수의 인원으로 연다.
생일자가 오히려 손님들과 친구들을 배려하며 쓰레기 등을 치워주고,
케이크도 친구들에게 다 나눠준 후에야 본인 몫을 가져간다.
며칠 전에도 한 쌍둥이 친구들의 생일이었다.
지루했던 학교가 끝나고 바로 그 친구들의 집으로 이동해서 파란 체육복에서 까만 사복으로 갈아입었고
생일이었던 친구들은 각자에게 딱 어울리는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우리는 오순도순 그 친구들의 부모님이 해주신 밀라네사(한국으로 치면 돈가스), 파스타, 그리고 야채구이를 먹었다.
수다를 떠느라 음식은 다 식은 후였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따스한 사람들이라서일까.. 음식은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우리가 고심 끝에 고르게 된 여러 선물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건네주었다.
각자에게 어울릴만한 바디미스트, 정성이 가득 담긴 손 편지, 각자에게 딱 맞는 틴트와 뷰러 등이 든 상자였다.
친구들이 좋아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뿌듯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유치하고 알록달록한 팔찌도 만들고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카메라로 우리의 하루를 기록했다.
하나도 달지 않았던 수제 바나나 파운드케이크와 달디 단 커피 아이스크림도 먹었으며
밤에는 나가서 맨발로 축구를 하다가 야자수 위로 공을 날리며 경비 아저씨들을 애먹게 하기도 했다.
괜히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순수하게 노는 친구들이 왠지 귀여워 보였으며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원래 친했던 아이들과도 몇 걸음 친해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일이었던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우리랑 팔찌도 만들고 이렇게 발이 더러워지도록 뛰어다닌 거, 이렇게 특별한 하루를 우리가 함께 보냈다는 거, 절대 잊지 마.”
안 잊어. 그 순간의 공기와 습도, 우리가 입고 있던 옷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한국에는 돌잔치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Quince años(낀세아뇨스)”가 존재한다.
비록 낀세아뇨스는 한 살 생일잔치는 아니고 15세 생일 파티지만 멕시코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생일이다.
이 생일 파티는 여자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며 생일자는 “Quinceañera(낀세아녜라)”로 불린다.
낀세아녜라란 15살이 되는 소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생일 파티는 무엇을 축하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어린이에서 여성이 된 것을 축하하는 의식, 또는 파티 같은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옛날만큼 파티를 여는 사람이 줄어들고
보통은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며 거창하게 생일을 축하한다.
마야 문명 등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이 2024년,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비록 이 날을 축하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
멕시코 중심지(centro)에 가면 낀세아뇨스 생일자가 많이 보인다.
생일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초대된 친구들은 수수한 드레스와 정장을 입게 된다.
그날의 주인공과 정장을 입은 남자아이들, 또는 여자 아이들 소수는 위쪽이 뚫린 리무진 등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차들이 경적 소리를 내고 박수를 쳐주며 모두 축하해 주는 귀여운 관경을 포착하게 된다.
아, 참고로 이때 아이들은 보통 삼페인이나 와인 등을 마시며 차에 타있다.
관광객들은 이런 생소한 관경에 사진을 찍고
이런 풍경이 익숙한 사람들을 클락션을 울리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를 한다.
어쨌든.. 이렇게 시내를 다 돌게 되면 사진을 찍을 차례다.
웨딩사진 뺨치는 스케일로 사진을 여러 장 찍다가 본격적으로 파티를 시작하러 이동한다.
이때는, 사촌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모이고, 친구들도 모두 모여서 춤도 추고 맛있는 걸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물론.. 나는 가본 적이 없어서 여기까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길을 가다가 리무진이나 트럭을 타고 있는 화려한 아이들이 보인다면 클락션을 울리며 축하해 주길 바란다.
아, 물론 멕시코에서만 해당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