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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 Mar 17. 2024

평범한 평일 아침

한국과 비슷한 하루

띠링-띠링-

아침 6시 10분이면 핸드폰의 알람이 울린다.

전 날 일찍 잠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젖은 솜처럼 너무나도 무겁다.


다시 잠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 들어간다. 드림렌즈는 빼고 연두색 칫솔에 "마비스" 치약을 짠다.

양치를 끝낸 뒤에는 시원한 물로 대충 세수를 한다. 폼클렌징은 사용하지 않는다.

언젠가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아침에는 물로만 세수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어서 그렇다.

그런 인터넷상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에 세수를 한다는 게 무엇보다 귀찮은 나에게는 무척 반가운 정보였다.


화장실의 불을 끄고 나온 뒤에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한다.

도파민 중독인 건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의 추천 페이지와 릴스를 보다 보면 관심이 가는 게시물들이 눈에 띈다.

맛있어 보이는 "토마토 알리오올리오"의 레시피가 뜬다.

”다음에 시간 날 때 해 먹어 봐야지, 맛있으면 엄마 아빠한테도 해줘야겠다. 그때는 엄마가 좋아하는 감자 요리까지 해야지. “

레시피들을 잔뜩 저장한 뒤에 시계를 보면 대략 6시 30분이다.

하.. 이제는 슬슬 옷을 갈아입어야 할 시간이다.


아까 세수를 하고 난 후에 까먹고 바르지 않은 선크림을 바른다. 아직 3월 중순이지만 벌써부터 햇빛이 뜨겁다.

하얘진 얼굴로 옷장으로 걸어간다.

화요일, 또는 금요일이 아니라면 사복을 입는 것이 허용된다. 그래서 옷을 고르는 데에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깔끔한 슬랙스에 흰 티셔츠도 입어보고, 바스락 거리는 하늘색 조거팬츠에 검은 크롭티도 입어보지만 결국엔 항상 입는 검은 카고바지에 하얀색 프린팅 티셔츠를 고른다.

양말은 저번에 일본에서 사 왔던 "오니츠카 타이거“의 호랑이 양말로 고른다.

어차피 디자인은 바지 밑단에 가려져서 안 보일 테지만 순전히 나의 패션 만족도를 위한 결정이다.


옷을 다 입은 후에는 가방을 싼다. 생일 선물로 받았던 책가방에 생일 선물로 받았던 아이패드를 넣어준다.

요즘 빠져있는 "향수"라는 책도 넣고, 필통과 공책을 담아주면 끝이다.

6시 40분이다.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주방에서는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해주고 있는 도시락 메뉴의 냄새가 가득하다. 가끔은 담백한 닭가슴살의 냄새가 나고 가끔은 고소한 김밥의 냄새가 난다.

주말에 사뒀던 식빵 반쪽을 버터에 구워준다. 중요한 건 버터를 잔뜩 넣는 거라고 엄마가 그랬다.

양쪽이 노릇노릇해질 동안에 나는 냉동 블루베리와 그래놀라를 꺼낸다.

작은 밥그릇에 그릭요거트와 블루베리 등을 넣어서 잘 섞어주다가 빵을 가지고 티비 앞으로 간다.

빵에는 고소하고 달달한 땅콩버터를 발라준 뒤에 차갑고 상큼한 그릭요거트를 올려서 먹는다.


아침을 먹을 때에는 보통 뉴스를 보는데 이 시간에는 정치 뉴스를 가장 많이 한다. "YTN"에서는 나이트 포커스를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아침을 다 먹고 정확히 7시 9분에 집에서 나간다.

아무래도 멕시코에 살아서 그런지 혼자 걸어서 등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선다.

책가방과 엄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경비원 언니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에 타면 아직은 냉기가 느껴진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교에 도착한다.

등교하는 10분이라는 시간이 마치 1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학교가 너무나도 가기 싫지만 어쩌겠는가, 힘이 하나도 없는 몸을 이끌고 교문으로 들어간다.

교실 안쪽, 내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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