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포르투갈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박에 무척 소박하고 요란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디를 꼭 가봐야 하냐, 무엇을 꼭 해야 하냐는 물음에는 할말이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없다. 피렌체의 두오모라든지 파리의 개선문 같이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는 많지도 않고 (굳이 꼽자면 포르투의 동루이스 다리?) 관광 필수 코스라고 해도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우와 내가 여길 왔다니'라는 마음은 잘 들지 않는다. 런던에서 빅밴을 못보고 왔다면(그러기도 힘들다) 무척 억울하겠지만 리스본에서 상 조르제 성에 못다녀온 것은 크게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지도에 깃발을 꼽으며 정복하듯 여행하거나 관광지로서의 유럽의 명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보는 여행'이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다.
전체적인 도시들의 느낌은 스페인과 비슷하고 다른 서유럽보다 훨씬 특색있다. 다른 서유럽이 2017년 현재를 살고 있는 느낌이라면 (서울은 2050년을 살고 있는 듯하고) 수도인 리스본만 하더라도 20-30년은 동떨어진 1990년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 몇백 년 된 돌길이나 좁은 골목, 오래된 건물은 유럽 어디를 가든 공통적으로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포르투갈이 더 시골스러운 느낌이 난다. 유난히 좁은 골목에 100년 된 트램이 느릿느릿 도시를 활보하는것만 보아도 그렇다. 게다가 스페인처럼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곳곳에 타일 장식이나 포르투갈만의 방식으로 타일을 장식하는 아줄레주도 많이 눈에 띈다. 분명 다른 유럽에서는 보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그런 소박함 때문인지 포르투갈은 여행객에게 '여기를 꼭 가봐, 여기는 봐야해'라고 도시가 강요하거나 말을 거는 느낌은 없다. 대신 '나는 조용히 내 할일을 할테니 니가 좋으면 얼마든지 있어도 돼'라는 식이다. 발길 닫는 대로 걸어다니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몇시간이고 멍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밤 늦게 요기를 하고 싶다면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e) 역 바로 맞은 편 타임아웃(Time out)을 추천한다. 수많은 부스의 레스토랑이 관광객의 구미를 당긴다.
리스본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벨렝 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 흰 대리석 외관이 고풍스럽다.
아이폰의 화각으로는 담을 수 없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웅장한 규모. 약 1501년 대항해를 앞두고 100년 동안 지어졌는데 1755년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나오면 바로 근처에 리스본에서 손꼽히는 나타(Nata, 에그타르트)집이 있다. 몇 군데 유명한 곳이 있지만 이곳 에그타르트가 가장 맛있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이 무척 많았던 에그타르트 가게. 내부도 엄청 넓었다.
나타를 먹고 걸어서 벨렝 탑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공원. 갈매기들이 서울의 비둘기처럼 거리를 활보한다.
테주 강의 귀부인이라고 불리는 벨렝 탑은 그 명성에 비해 아담했다. 햇빛이 눈부신 모래사장에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리스본은 골목골목 누비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언덕이 많다.
Hairy한 남자친구도 '저 남자는 옷 하나 더 입은 것'이라고 할 만큼 털 많은 유럽 남자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이용원. 내가 털 많은 남자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다.
리스본에서는 어느 곳을 가도 전망대를 만난다. 산책하다가 우리만 아는 좋은 곳을 찾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곳이었던 상 페드로 알칸타라 전망대.
가이드북에 연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정말 그러했다.
상 페드로 알칸타라 전망대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다. 헤스토라도레스 광장에서 아센소르 다 글로리아라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있다. (아저씨 시선강탈 죄송)
리스본에 와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을 만날 줄이야.
리스본의 명물, 트램. 28번 트램이 가장 유명한데, 일반 정류장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종점인 마르팅 모니즈로 갔지만 이미 한시간은 기다려야 할만큼 줄이 길었다.
로마의 판테온과 연관은 없지만, 로마에서 못가봐서 리스본에서는 꼭 가고 싶었던 판테온. 판테온에 꼭 가야 하는 이유는....
4층까지 계단으로 올리가면 만날 수 있는 테라스다. 돔을 360도 둘러싸고 있는데, 석회석의 흰색과 햇빛, 주황색 지붕들과 테주 강의 푸른빛이 어울려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만 보았던 물결 무늬 바닥을 리스본에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어찌 보면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리스본 교통의 중심이라는(정작 나는 한번밖에 안 지나감) 호시우에서 쭉 내려오면 있는 코메르시우 광장. 정말 넓다.
리스본 대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던 일요일 아침.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을 포착하지 못해 아쉽다. 노란 트램이 대성당 앞을 지나가는 광경은 리스본 관광 엽서의 단골 사진이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와 골목을 마냥 걷던 중 발견한 예쁜 집. 타일 장식이 독특하다. 이런 곳이 사실 너무 많아서 일일히 사진을 다 찍을 수 없다.
만져도 귀찮아하던 리스본 동네 개님.
리스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Miradouro das Portas do sol). 그만큼 언제 가도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곳의 카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