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를 구경하다.
스페인어로는 Las Locuras del Emperador, 영어로는 The Emperor's New Groove, 한국어로는 쿠스코? 쿠스코! 디즈니에서 참 재밌는 영화 중 하나임에 틀림 없다. Peru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Peru의 배경은 사용되고 있는데 문화적, 역사적 설명이 모두 누락되었다는 것은 디즈니의 큰 오점인 것 같다.
페루 안데스 산맥의 신화적인 산 왕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Kuzco가 등장한다.
그의 오만함과 권력에 눈이 먼 Yzma는 Kuzco를 라마로 변신시킨다. Kuzco왕이 라마로 변하기 전, 페루의 한 착한 농부였던 Pacha에게 그의 마을을 자신의 리조트로 만들어 파괴한다는 것에 화가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라마가 되어버린 Kuzco에게 희망은 오직 Pacha이다. Kuzco의 오만함과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 있어서 Pacha는 일관성있게 그를 믿고 지지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간을 존중하는 삶의 교훈을 배우게 된다.
파차(Pacha)의 아내 치차는 디즈니 영화에서 처음으로 "임신한" 상태로 나타는 여성이라고 한다. 광기와 왕족의 색(?)이라 불리는 Yzma가 보라색인 것도 재미있는 모습이다. 이 영화의 이름은 원래 태양의 왕국으로, 잉카제국을 뜻하며, Kuzco왕의 이름을 페루 도시인 Cuzco에서 가져왔다.
잉카의 중심부, 배꼽이라는 뜻을 가진 쿠스코는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이다.
쿠스코의 고도는 3,740미터, 공기밀도가 낮고 속이 울렁거리는 고산지대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지역들이 그러하듯, 광장 중심부는 스페인의 관청들과 성당들이 있는데 이 건물들이 잉카의 주춧돌 위에 그 위용을 자랑한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잉카제국의 황금궁전 터 위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교회 등 근대식 건물들은 잉카의 품에서 안주하고 있다. 산토 도밍고 교회가 세워져있던 곳은 원래 잉카 전성기의 코리칸차 궁전의 터였다. 영화에서도 궁전의 내부는 금으로 덮여있는데, 잉카를 멸망시킨 스페인인들이 그 금을 녹여 스페인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급격한 금의 유입으로 유럽경제의 혼란을 야기할 정도 였다니, 그 부의 규모가 짐작이 된다.
잉카는 케추아족의 언어로 '태양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잉카인들은 창조주 비라코차의 아들인 인티를 태양신으로 모시고 독특한 잉카 문명과 대제국을 이룩했다. 특히 태양신 인티는 안데스 대지를 안아 곡식을 맺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빛나는 원반에 인간의 형상을 한 잉카 농민들의 조상신이기도 했다. 태양신이 가져다주는 풍요와 안정을 위해 사람의 피와 살아 있는 심장을 바쳤고, 그 대가로 태양신은 잉카인들을 보호했다. 태양신의 보호아래 잉카인 들은 수준 높은 문화와 삶의 풍요를 만끽했다. 토지는 '태양의 땅', '왕실의 땅', '농민의 소작'으로 구분되었다. 왕은 신과 같은 존재로서 불멸신앙에 따라 미라로 만들어져 부장품과 함께 궁전이나 태양신전에 안치되었다.
전설상의 잉카 시조 만코 카파크가 쿠스코에 나라를 세운 후 1438년 파차쿠티가 남미 전체를 평정하고 통일된 대제국을 건설했을 때 전성기 잉카제국은 영토 길이 5천 킬로미터에 50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1천2백만의 복속민을 거느리는 위세를 자랑했다. 정복지에서는 고유한 토착신앙을 보호해 주는 대신 곡물과 노동력을 세금으로 징수하였고, 수레라는 운송수단이 없었음에도 산등성이와 계곡을 따라 형성된 역참제도를 통해 잉카문화의 전파와 성숙을 가능케 하였다. 더욱이 차스키라 불리는 행정관을 주요 지방에 파견하여 중앙과 지방의 연결 및 중앙정부의 효과적인 통치를 도왔다.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는 1532년 아타후왈라 왕을 인질로 잡아 그 대가로 잉카제국의 모든 황금을 빼앗았고그가 기독교로 개종하면 영혼이 구제될 수 있다고 했다. 얼굴이 하얀 스페인 사람들이 그들이 생각했던 신이라고 생각했기에 잉카인들은 그들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잉카의 금을 피사로에게 모두 바쳤다. 그러나 피사로는 황금을 다 빼앗는 것 뿐만 아니라 아타후알라 왕을 화형시키기러 한다. 잉카 제국에서 왕이란 불멸의 존재이기에 몸을 보존해 미라가 되면 태양신이 다시 살아날 것을 믿었기에 왕은 화형보다는 교수형에 처하는 것을 선택했다.
파차와 치차가 뭐지?
영화에 등장하는 착한 남자 Pacha(파차)라는 이름의 원래 의미는 대지(땅)이다(파차에 대한 내용은 다음 번에 계속된다). 그리고 그의 아내 Chica(치차)는 잉카시대에 중요한 제사에 사용되거나 인간제물을 신에게 바칠 때에도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기위해 ‘코카’ 잎과 함께 사용되었던 옥수수 술이다. 쉽게 말하면 옥수수 막걸리(?)라고 하면 좋겠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대지인 파차(Pacha)와 치차(Chicha)가 부단히도 쿠스코 왕으로부터 잉카의 땅과 잉카인들이 안전하게 잘 살기를 노력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안데스 고원지대에서 ‘치차’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사회생활의 매개체이기도 하고 고단한 농사일에 활력을 주는 농민들의 술일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성스러운 종교의식의 중요한 술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