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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hyeonju Sep 28. 2016

그래, 밥은 먹었냐

자식새끼의 세 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에게 퍼주기만 하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싱겁다. 암만 좋은 맘이래도 나만 마음을 내어주는 사이는 버겁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든 즐겁게 만나려면 이 마음과 저 마음 사이의 무게를 잘 가늠해야 한다. 더운 날에는 겨우 걸친 얇은 면 티셔츠 한 장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만, 추운 날에는 그 한 겹의 두께조차 아쉬워지는 것이 사람 마음 아니던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어렵다. 안 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니고, 모르면 또 모르는대로 문제가 된다. 수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가고 부딪히고 마주하면서, 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사람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도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마음으로 치부되어버리고, 잘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쉬운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음에도 그 중 내 편이라고는 하나 없는 기분이 들면 절로 우울해진다.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에 울컥할 때, 그럴 땐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음성이 나지막히 들려온다. 그 다정한 음성의 파동이 지친 마음을 껴안는다.


  "그래, 밥은 먹었냐"

  엄마는 여전하다. 엄마들은 다 그렇다. 오전에는 아침 밥, 점심 쯔음에는 점심 밥- 그리고 늦은 밤에도 저녁 밥을 걱정한다. 다 큰 자식이 행여나 밖에서 배 곯고 다니지는 않을런지 마음을 졸인다. 끼니 걱정을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갓 지은 밥 냄새가 난다.


  회식이랍시고 그릴에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썰다가도, 친구들과 만나 토핑이 무겁게 듬뿍 올려진 피자를 한 입 가득 넣고 오물거리다가도, 집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면 시큼시큼한 묵은 내를 풍기는 엄마의 김치- 그리고 그 김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밥, 그렇게 한 숟갈 듬뿍 입에 넣고 싶어진다.


  못난 딸은 종종 괜히 엄마를 탓한다. 사람들 틈에 치이고 맘같지 않은 세상에 채일 때, 그러게 울엄마는 왜 날 낳았느냐고 원망 아닌 원망을 한다. 엄마 품에서 벗어나 느끼는 삶의 맨살은 좀처럼 부드럽지만은 않다. 그렇게 부딪히고 부대끼면서 마음에 굳은 살이 박혀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참 어려운 세상이다. 괜시리 서러워 혼자가 된 기분이 들어,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엄마가 묻는다. "밥은?"

물러터진 딸에게는 다행히도 그 마음을 토닥여줄 엄마가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어질 때, 스스로의 존재마저도 버거워 고민할 때에도 아랑곳않고,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내 끼니만을 걱정한다.   


  그렇게 나는 엄마에게서 세 끼만큼의 걱정을 빚져 살아갈 힘을, 위로를 얻는다. 딴은 여행이 즐거울 수 있는 까닭은, 그 끝에 돌아가 마음을 누일 곳이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따라 엄마 밥이, 엄마 품이, 아니 우리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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