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 광화문에서
칠흑 같은 어둠에 하늘과 도로의 경계조차 불분명한 시간
밤이라고 하기에는 늦고 새벽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
심야의 우등버스는 피곤이 침전된 공기를 싣고 달린다
나는-
익숙한
어쩌면 조금은 가벼웠을 발걸음으로 나와
평소처럼 별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마는
어떤 이는
되돌아갈 곳을
잃었고
다른 누구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이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하루가 참
길-다
주인을 잃은 시간들이
허공을 맴돈다
밤이 무겁게 짓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