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hyeonju Nov 26. 2015

계절이 있는 창가에서

cafe around_the_year



  화장기 없는 얼굴로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에서 뒹굴거리다,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대충 골라 신고 나가 편하게 볼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한 동네에서 오래도록 정착해서 살다보면 그런 편한 동네 친구가 한 둘 쯤은 남기 마련이고, 그들과 짬짬히 만나는 동안에는 이래저래 타인들 틈에서 몸을 움츠리며 보낸 시간들을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지트 같은 ‘동네 까페’ 또한 하나 쯤은 있어야지-


  그런 맥락에서 나는 어라운더이어를 좋아한다. 아늑하고, 연출하지 않은 편안함이 공간의 구석구석 배어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혹은 억지로 꾸미지 않고, 심지어 자연스러움을 의도한 인테리어에서 으레 느껴질 법한 인위적임조차 없는 곳이다.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 차 있다. 오래된 철제 의자와 테이블 램프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거꾸로 여행하는 착각마저 든다. 

  테이블 한 켠에 자리잡고 앉아 있으면, 친한 친구의 집이나 혹은 가까운 사람의 별장에 놀러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받는 기분이다.  

  


Summer Breeze







  원래 그 곳은 산수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 외곽에 자리한 작은 가정 주택이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 지언정 많은 이들이 유년시절을 보냈을 법 한, 지금도 구도심 속 주택가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 나 또한 그런 주택에서 자랐기에 그런 익숙함이 편하게 느껴진다. 통 유리로 되어있는 창가 너머로 보이는 마당은 또 어떻고. 넓지 않은, 딱 평범한 주택의 마당만한 크기의 풍경은 그 어느 인테리어보다 운치있다. 

  타샤 튜터와 아이들이 사계절을 보낸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around the year'에서 따온 그 이름 그대로 까페 어라운더이어는 해가 쨍쨍한 날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도, 그리고 아마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날에도, 평범하지 않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풀 메이크업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빡세게 줘 꾸민 여자에게 보내는 눈빛에는 경외심과 부러움 뿐만 아니라, 무언가 표현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때때로 누구는 커피 한 잔을 가지고 밥 보다 비싸다고 눈을 흘길 때, 아니, 요즘 세상에, 커피보다 싼 밥이 있어요? 라고 반문했다던 야무진 누구의 이야기처럼- 요즘은 밥을 챙겨먹는 횟수보다 커피잔의 수가 더 많은 사람이 허다할테다. 그리고 이 검은 액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좋아하는 커피와, 까페를 찾는다. 


  어라운더이어의 커피는 그런 점에서도 특별하다. 다른 까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에스프레소 콘 비라' 같은 특별한 메뉴를 선보이고, 꼬마 선인장부터 미국 서부 어딘가에서 왔을 것 같은 선인장까지 구경할 수 있는 '선인장 호텔'이기도 하다(심지어 구입도 가능하다는 것). 주인의 감성이 책장 하나 하나 묻은 책들과 잊었던 여유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 소리로 공간을 채워놓았다. (부럽게도) 누군가에게는 동네 까페이지만 그런 동네 까페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느껴질만큼, 정말로 평범하면서 결코 흔하지 않은 곳. 계절이 시나브로 바뀌는 것처럼, 들를 때마다 사소하게 달라진 곳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숨은 계단을 올라 '천문대'(옥상)에서 낮과 밤의 경계를 바라보는 정취는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가 문득 질리게 느껴질 때 쯤, 오랜 고향 친구집에 들르는 편한 마음으로 들러보자. 특히나 오늘처럼 첫 눈이 오는 날에는 따뜻한 티 한 잔이나 핫초코를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창 밖의 계절을 보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곳으로 남을 테니.  





Instagram @AROUND_THE_YEAR 

Cafe & cactus hotel / retro collections


위치 및 정보

광주 동구 밤실로120번길 1-12(산수동)

산수동 성당/엠플러스 병원 건너편

T. 070-4110-7178


OPEN 11:00 / CLOSE 23:00 / 매주 월요일 휴무 

눈과 입이 즐거운 케이크와 건강한 카라멜 Lovely Candy / Smith Tea

플레이트 바베큐로 유명한 요크요크 옆 


매거진의 이전글 금맥의 재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