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섭리이자 인생을 다채롭게 할 감동의 씨앗
뉴욕 여행에서 돌아와 모네의 일생을 다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림 속 아름다움 뒤편에는 수많은 갈등과 혼란 속 누적된 시간이 숨겨져 있었다. 책에서는 모네 그림과 그가 길을 연 인상주의에 대한 여러 평론도 함께 인용하고 있었는데, 핵심은 기존 미술계가 고정된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균형 있게 표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연의 순간을 포착하고 거기서 받은 인상을 그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연은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공기의 흐름과 빛의 방향, 흐르는 강물에 반사되는 빛의 색깔, 그 무엇 하나 제자리에 멈춰있는 건 없었다. 모네가 담은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변화는 자연의 기본 섭리이다. 또 하나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주변에서 받은 인상을 그림으로써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갔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했다는 점이다. 결국, 늘 변하는 세상은 인간으로서 마주해야 할 숙명이고, 모네의 작품들을 완성시켰 듯 내 인생에 감동을 가져다줄 필수조건인 셈이다.
나에게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건 아마도 경기에 따라 출렁이던 가계소득, 불안했던 가족관계 등 유년시절 가정환경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변화에 대해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좋게 말하면 안정추구형 인간이지만, 실상은 멀지 않은 미래에 무언가 바뀔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상당 시간 불안함과 초조함에 괴로워했다.
내가 모네 그림에 매료된 이유는 어쩌면 두려워하는 나에게 '괜찮아, 이것 봐, 세상은 늘 변하고,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도 있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고 있어서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과거 내가 겪었 듯 늘 예기치 못한 고통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다시 꺼내어보고 싶을 만큼 감동적인 순간을 마주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변화가 자연스러운 세상의 섭리라면 멈춰있는 건 오히려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늘 움직이는 시공간의 순간순간이 주는 저마다의 빛의 색깔을 감상할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당연한 것, 나아가 새로운 감동을 가져다줄 숨은 보석이 된다.
책에서 저자는 모네가 '빛과 공기를 자신만의 봉투'에 담았다고 언급했다. 나의 봉투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기대하며, 변화하는 세상을 담담히, 아니 오히려 반갑게 바라보는 눈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