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런 사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금 Apr 03. 2022

이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좋아하기는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고 있는 소극적인 덕질 이야기


살아온 세월이 쌓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환상보다는

오히려 어떤 인물의 이면이나 인간이 가진 다면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전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파르르 분노하던 일도,

‘뭐 그런가 보지. 그래도 흥이다!’ 정도로 욕하고 지나가게 되었다.

(아직 한 번만 하고 잊어버리진 못한다. 해소될 때까지 한다. ㅋ)


몰입해서 애정을 쏟아붓고 깊이 파고드는 상태를 별 다섯 개라고 친다면,

이제는 별 네 개가 내가 줄 수 있는 관심의 최대치인 듯하다.

별 하나 정도는 실망할지도 모르는 마음을 위해 남겨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가끔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멋진 사람과 훌륭한 창작물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발견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흔적들을 쫓아다니곤 한다.

오늘 아침처럼.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보다가 ‘김보통 작가’의 문장을 인용한 게시물을 봤다. 거기서부터 짧은 스토킹(?)이 시작됐다.

‘김보통 작가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다가 ‘아, 페이스북을 더 많이 하지!’ 하고 페이스북을 들어가서 소식을 훑어본다.

못 보고 지나갔던 인터뷰 기사를 발견하고는 ‘역시는 역시네.’ 감탄하며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는 오래간만에 책장에서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를 꺼내어 펼쳤다.


브라우니뿐만이 아니다. 다른 일 역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대신 이번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도, 근사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무언가를 회피할 수단으로 쓰지도 말고 일단 해보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하기 싫은 것은 피하면서 브라우니를 굽듯 천천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내 마음을 어쩜 이렇게 담백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대변해주는 걸까? 처음 보는 게 아닌데도 새삼 감탄한다.

깔끔하고 허세 없는 문장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으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면서 다른 책도 구입하게 됐고,

웬만한 호감 없이 움직이지 않는 내가 ‘작가와의 대화’에까지 참여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떤 대상의 팬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팬이라고 할 만큼 그 대상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가? 또는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조건에 가까운 애정’이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팬이라고 하면 어쩐지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 단어를 쓰기에 내 관심은 너무 얕고 변덕스러우며, 사실 잊고 사는 때가 더 많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고 그것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는 정말이지 크고 순수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덕질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 사전에는 없는 단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동시에 작은 관심과 소소한 애정 표현 역시 귀하다는 걸 깨닫는다.

티가 잘 나지 않고, 받는 사람은 눈치채기도 어렵다.

(내가 아침 시간을 이렇게 보낸 걸 작가님이 알리가 없잖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저는 D.P. 시즌 2를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무명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