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행복한 자연인.
수치로 가늠해보는 나의 현재.
처음 디자인 툴을 접한 건 2013년.
일을 시작한 지는 5년 차.
연수입은 밝힐 수 없는 수준.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는 300여 명
네이버 블로그 하루 방문자 수는 10-30명
유튜브 구독자 수는 37명
브런치 구독자는 6명
이렇게 소셜미디어 활동지수가 낮은 편임에도 가끔 의뢰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하다.
누구는 단군이래 요즘처럼 돈 벌기 쉬운 때가 없다고도 하고,
사이드잡, 인플루언서, 패시브 인컴 같은 단어와 안 친하면
도태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끔 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본인의 능력으로 사랑받고, 부를 얻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배는 아프지 않다. (사실 멋모를 땐 배 아프기도 했었다.)
그들의 노력이 나 같은 사람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크다는 것과
유명세만큼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잃는 부분도 분명 있음을 알기에.
타고난 텐션과 체력이 약하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루려야 이룰 수 없는 일일 뿐이다.
바쁘다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앞서 언급한 수치만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아마도 나는 루저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대중교통에 시달리지 않는다.
많이 불편한 사람과 억지로 마주하지 않는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한다.)
적어도 내 시간만큼은 내가 컨트롤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 시간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싫었다. 월급이 얼마나 달콤한지는 잘 알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살면 되니까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나를 아껴주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대화가 통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은 아니라, 수입이 없을 땐 일이 아니라 취미생활을 하는 거라며 팩트 폭행을 날리기도 한다. 기분은 나쁜데 맞는 말.)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실력도, 경력도, 인맥도 없이 맨땅에 헤딩이었기 때문에
내가 애쓰고 공들인 만큼의 페이도 받지 못했었다.
프리랜서 플랫폼은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나는 실력을 키우든지 유명세를 키우든지 해야 했다.
유명세는 원치도 않고 얻을 자신도 없었다. 실력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중간에 잠깐 취업도 했었다. (그때가 재정적으로는 가장 안정적이었지.. 후~)
하지만 조직 생활을 워낙 힘들어하는 데다
싫어서 그만뒀던 일을 생계 때문에 다시 했었기 때문에 결국 오래 일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직업적 성취가 중요하겠지만,
내가 중요시하는 키워드는 성취보다 여유이다.
이왕이면 재력도 충분하면서 마음도 편안하다면 좋겠지.
하지만 모두를 가질 수 없다면 내겐 자연인으로서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돈은 쪼금 더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ㅋㅋㅋ
(나는 사실 돈도 좋아한다! 내 복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
나는 내 일을 사랑하지만, 이것 때문에 내가 불행을 느낀다면 그만둘 각오가 되어 있다.
그것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는 일에 더 집중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매일 낚시만 하던 한 노인에게 청년이 물었다.
“당신은 왜 매일 여기서 낚시를 하오?”
“그게 어째서?”
“일을 해야 할 것 아니오.”
“일을 해서 무엇하지?”
“그야 돈을 벌어야지.”
“돈을 벌어서 무엇하지?”
“무엇하긴! 그래야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것 아니오!”
그러자 노인은 낚싯대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