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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금 Mar 19. 2022

경이로운 식물

건강하게 살아가는 반려식물을 찬양하며

이 그림은 사실 우리 집에 몬스테라가 들어오기 한참 전에 그렸다.


이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베란다를 갖게 되었다.

식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험이 몇 번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품은 채, 좋은 조건을 가진 공간을 믿고 반려식물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어떤 식물이 좋을까 생각 끝에 이사 선물로 뭘 해줄까 묻는 J에게 '몬스테라'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큼직큼직하면서도 하트를 닮은 특유의 잎모양이 시원해 보였고, 무엇보다 관리가 어렵지 않은 식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작년 9월 24일 처음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는 몬스테라보다는 집안 인테리어를 위주로 자리를 정해줬었다. 거실 책장 옆 작은 공간에 놓으니 딱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켜본 끝에 아무래도 식물에게 최선의 자리는 아닌 것 같아 베란다로 이동, 그런데 직사광선도 좋지 않다는 말에 거실과 베란다 경계 공간으로 한 번 더 이사.


채광과 통풍, 그리고 온도가 딱 적당한 최적의 자리에 정착하게 된 몬백작(몬스테라에 붙여준 이름)은 마음이 편안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잊을만하면 새 잎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음 새잎을 발견했을 땐 반가움보다 안도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이 친구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나 잘 살아 있어'라고 확인을 받은 기분이랄까.


사진처럼 새잎은 돌돌 말려있는데, 애기 잎이라 그런 건지 미역이 연상될 정도로 야들야들하고 보들보들하다.

그러다 적당한 때에 펼쳐지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하트 모양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보다 탄탄하고 도톰해진다.


엄마에게서 받아온 사포나리아 알로에(이름은 '포나')까지 우리 집 반려식물은 도합 둘인데,  

이 두 친구들이 자라는 모습을 살펴보는 게 내 일상의 큰 낙이 되었다.


몬백작에게서 새잎을 발견할 때면,

'많이 먹지도 않고, 차지하는 땅도 이렇게 조금인데 어떻게 이런 새 잎을 만들어 내는 걸까? 너무 신통방통하지 않아?' W에게 찬사를 쏟아낸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엔 '식물멍'을 즐길 때도 있다. 화분 앞에 앉아 초록잎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면 '다시 시작해볼까?' 기운이 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계속 생명력을 내뿜는 중인지도 몰라.


오일파스텔로 그린 몬백작



내가 이렇게 식물 예찬론자가 되다니. 철없을 땐 식물 돌보기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몬백작의 잎을 닦아주는 모습을 20대의 내가 본다면 얼마나 놀랄까.



오일파스텔로 그린 포나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식물에게서도 정서적 위안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몬백작 덕에 알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화분을 들일 자신은 없다. 하지만 포나와 몬백작과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이왕이면 우리 모두 건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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