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다시, 동물원》
동물원-포스터
6월 29일에 첫 공연을 본 후 매주 일요일마다 보러 갔던 뮤지컬 《다시, 동물원》. 여름휴가와 공휴일 덕에 갈 수 있던 회차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열 번 넘게 관람했다.
원래 대학로에는 두 달 내리 한 공연만 수십 번 넘게 보는 사람이 꽤 많으므로 이 정도는 그다지 희귀하지 않다.
내게는 마지막이었던 9월 7일 두 시 공연을 보고 나온 오후. 거짓말처럼 하늘이 흐렸다. 꼭 극 중에 나오는 김광석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처럼.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그 친구'역할을 맡은 배우 중 박종민 님이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공연에선 하나의 녹음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노래는 모두 눈을 감고 들었다. 공연은 물론 보러 가던 길과 보고 가던 길 모두 잊지 못할 거다.
걸으면서 들었던 <나무>와 <사랑했지만>, <변해가네>도.
덕분에 안 가본 길도 가보고 좋은 길도 알게 됐다. 목덜미로 쏟아지던 햇빛마저 뜨겁고 반가웠다. 걷는 동안 길은 모두 내 거였으니까.
이번 여름은 《다시, 동물원》처럼 새로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게 많아 내내 설레었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가 달라지면 주고받는 호흡도 달라질 수 있고, 밤에 물가를 달릴 때 <잊혀지는 것>과 <지붕 위의 별>이란 노래를 들으면 시간을 벗어날 수 있고, 대학로에는 계속 가고 싶은 친절하고 맛있는 [육식주] 식당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모두 처음 알게 됐다.
2025년 이번 여름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준 뮤지컬 《다시, 동물원》.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 그럼 우리 또 만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