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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HOOP 리슙 Apr 12. 2022

나 좋을 때만 사랑하지 않으려고


어린 시절 내 공상의 절반은 단연코 디즈니 만화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열심히 비디오 테이프를 사다 놓, 우리 자매도 비디오 가게에서 지런히 빌려봤다. 정품 비디오는 노란색, 대여점 복사본은 검은색, 그 외에 회색도 있었다. 베개 밑에 숨겨져 있던 생애 두번째 크리스마스 선물 <토이스토리> 테이프였다. 우리 집엔 비디오가 마를 새가 없었다. 티비 옆 서랍과 유리장 안에는 늘 테이프가 빼곡했다. 그 덕에 자매가 신나게 코를 박고 만화를 섭렵해갔다. 필름들은 금세 닳고 늘어졌다.


<101마리 달마시안> 만화를 처음 본 건 6살 무렵이다. 초록색 뚜껑이 달린 노란 비디오 테이프를 넣으면 화면이 전환된다. 로저와 아니타(둘은 달마시안의 인간 동거인들이다)의 결혼 주례 신부그들에게 묻는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시겠습니까?" 로저가 대답한다. 종이 울리자 커플이 입을 맞추고 달마시안 한쌍도 코를 맞댄다.


진부하게 들어온 진부한 문장떠오른 건 왜일까.

얼핏 스쳐 지나간 교회의 주홍색 벽돌담이 기제가 됐는지도 모른다. 이왕 들어온 거, 머리에서 입 안으로 옮겨 담고 곱씹어본다.



"아, 나 좋을 때만 사랑하지 말라는 소리였네."



불현듯 문장이 쑥 소화됐다. 어릴 때 젓가락으로 집기도 싫던 음식을 우연히 한 입 맛봤는데 갑자기 입맛에 맞는 기분이다. 번데기나 소주처럼 뻔한 맛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맛이 나는 말이다.







나는 어땠나 생각해봤다.

나 좋을 때만 걔네를 좋아했던 적이 더 많았던 듯하다.

마트에서 장 보듯이 에게 맘에 안드는 구석을 하나씩 골라내 빼. 그러다가 바구니가 텅 비면 지체없이 내려놓고 떠났. 막상 놀면 재밌는데 안 가도 그만인 롯데월드 비슷했다. 니면 반대로 걔네한테  그 정도였. 서로가 서로게 아쉬울 거 없 사람들. 하나, 둘, 셋 후 면 날아가는 같은 인연들.

나라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인연의 무게와 깊이를 굳게 믿었었다. 대에 대한 은 신뢰 깊은 상처로 돌아온 경우가 더 많았을 뿐이다. 그렇게 몇 번 패이다 보니 데이터가 쌓고, 적중률 높은 나만의 빠른 판단력을 만들어. 즉, '남자 보는 눈' 말이다.



비슷한 사람 상황을 복적으로 겪다 보 눈치 빨라진다. 예방에 능숙해. 렇게 경험치로 쌓속단('남자 보는 눈') 수없이 나를 내 줬. 격적으로 를 쌓기 전에는 이해보다 직감 더 정확하다고 확신한다. 판단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 가지 문제 있직감의 10%는 확실히 틀린다는 . 마지막으로 만난  애 진짜 인연줄 알는데  보기 좋게 빗나다. 런걸 보면 사실은 10%가 아니라 이미 20% 이상  틀왔을 지도.






엄마수술 자국이 떠오른다. 가로 세로 25cm의 거대한 'ㄴ' 이 배를 가로지른다.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앞으로 영원히 사랑할 것 같다. 다면 나는 제껏 연애에서는 아직 사랑을 못 만났나 보다. 걔가 바르고 온 비비만 들떠 보여도 마음이 떴던 걸 보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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