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나온 목수는 진짜 목수를,뒤에 나온 목수는 나 자신을 가리킨다.그렇다면 목수의 말을 하기 위해 가짜 목수 행세를 하거나 짐짓 아는 체라도 하자는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로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얘기하자는 뜻일 것이다.
설령 내가그와 똑같은 목수라는 직업을 가졌어도 마찬가지이다.직업의 이름만 같을 뿐, 사람이 다르니당연히 많은 게 다를 수밖에 없다.그러므로나는그의 말에 귀를기울여야 한다. 그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야 한다.판단은 헤어지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문장 속 두 개의 '목수'를이어주는 연결고리는 '공감'이다.공감은 공통점만 모으는 게 아니다.
차이점도 모으고받아들이는 일이다.
변호사, 기업 대표이자 ESG 전문가인 문성후 님은 "좋은 경청을 하려면 공통점을 찾지 말고 차이점을 찾아라"라고 말한다. 공통점에만 집중하면 나의 생각과 감정에만 신경 쓰게 된다.상대를 나에게 끼워 맞추려고한다. 결국 대화가 아니라 자기 얘기만하게 된다.
차이점을 인정하고 나서야안보이던 게나타난다.
먼저 나와 100%똑같은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고 나면 인간 저마다의 고유함과 다양함이 눈에 띈다. 두 개의 특성이야말로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가장 큰 공통점이다. 보이는 게 많아질수록 시각이 넓어진다. 시야가 확장되면 이해가 깊어진다.
깊은 마음 안에서만배려가 움직이고 관용이 숨쉰다.
그래서 타인과 나의 차이점을 쉽고 빠르게 드러내는 MBTI가 각광받았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표지 사진처럼 맥주 마케팅에까지 나왔겠는가.)
공감은 타인과 함께 한순간에 머물러야 잘 이루어진다.
공감의 특성은 현재성이다.
동조할지 말지는 판단과 마찬가지로 나중의 일이다.
공감은 동조나 공명과는 다르다.동조와 공명은 남의 주장에 나의 뜻을 일치시킨다는 말이다.공감은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그러면 한결 수월하게 눈높이가 맞춰진다.그런 다음 그의 말을 내 마음에 계속 담아둘지 아니면 흘려보낼지 선택하면 된다. 다시 만날지, 거리를 둘지도 나의 몫이다.
영화 <사도세자>의 영조가 귀를 씻어 냈듯이 정 담기 힘들 때, 자신만의 귀를 닦아내는 방법을 터득하자. 나는 나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다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거나 운동을 한다. 아님 유투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깔깔 웃는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석연치 않거나원치 않던 공감이 좀 더 가벼워진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