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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HOOP 리슙 Aug 31. 2022

반가운 정성




지난 일요일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분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4월 말에 갔던 넷째 이모네 이후로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기는 오랜만이었다. 누군가 직접 요리하고 차려준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맛있게 먹은 식사였다. 얇게 저민 오이와 빵 위에 올린 잠봉, 그리고 후식으로 먹은 얼그레이 가루 버무려진 복숭아가 맛있었다. 먹고 나니 몸과 마음이 차올 그날의 하늘에 닿을 듯했다. 언젠가 보낸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 기분이 어렴풋이 났다. 나른하고 평화로웠다. 원목장 위의 레몬밤 향기 싱그러웠고 아이의 사랑스러운 미소는 간지러웠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의 공간은 주인과 닮아 타인을 포근히 감싸는 힘이 있다. 그런 곳에서 맛보는 정성 그저 중하고 행복기만 하다.


기분좋은 브런치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 근래 자주 가는 카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계속 경험했다. 그래서 그렇게 끌렸나 싶기도 하다. 여기서는 1,5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프랜차이즈 커피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로 '대로 시간을  만든 정성'다. 1, 2분이면 뽑아낼 수 있는 커피머신과 달리 곳에서는 최소 7분 정도는 기다려야 잔이 채워진다. 그러고 나서도 3분  기다려야 한다. 그때 비로소 커피를 마시기 가장 알맞은 온도 기 때문이다. 자칫 길다고 느낄 수도 있만 10분 정도면 바리스타의 공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또 막상 커피를 내리는 과정 보다 보면 간은 금방 지나간다.  왜 필터 속 원두 푼으로 자분자분 눌러야 하는지, 왜 팔은 뒷짐 채 팔로만 주전자를 들어야 하는 궁금해하면서 말이. 그리고 궁금증의 반 이상은 음 머금는 한 모금이 말없이 답변해줄 것이다. 여러모로 커피를 '차린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카페이다.


핸드드립 까페 <Gentle Kettle>




한창 어렸을 때는 직접 요리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땅히 집주인의 미덕이 의무라 생각했다. 엄마의 맛있는 요리도 당연 명절날의 고된 노동도 쩔 수 없는 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모든 게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감했다. 스스로의  차려먹 . 일은 퇴근하고 오느라 바고 주말은 주말대로 쉬기 바빴다. 래서 내게는 수저 하나 더 놓아 타인의 먹을 몫지 기꺼이 기거스스럼없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 보였다.


나가서 먹든 시켜먹든 값을 치르고  먹는 음식에서도 정성맛보기 쉽지 않 일이다. 정성생각보다 특별하다. 주기도, 받기도 어다. 한편으로는 래서 우연라도 성을 만나그렇게 갑고  수가 없다. 마치 선물과도 같다.




내가 줄 수 있는 정성은 무엇이 있지 생각해본다. 비록 요리는 어렵지만 고맙다는 표현은 얼마든지 잘할 자신이 있다. 특히 꼬박꼬박 제때에 하는 인사가 중요하다. 만일 그날 미처 전하지 못한 고마움은 메시지로라도 꼭 건넨다. 나 같은 경우 SNS에 올리는 사진이 단순히 자랑하려는 인증샷이기보단 고마움의 표현일 때가 많다. 집에 직접 초대받은 경우엔 조그마한 선물을 함께 챙겨간다. 상대가 들인 시간과 수고에 비해 약소하더라도 고마운 성의를 표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평소 스스로에게 쏟아붓는 정성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연하면서도 충분히 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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