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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HOOP 리슙 Jul 05. 2022

비가 와야 물이 맑아져



일찍 연남동으로 향하는 아침. 10시 반 약속을 위해 7시 50분 버스 정류장으로 나온다. 마와 아침 출근시간 때문에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서두른. 6시 반부터 10시 전까지 경기도서울 고도로 간에는 통행시간 하게 늘나는 마법이 펼쳐진다. 10분 늦게 나오면 10분만 지각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반드시 20분 이상 지각한다. 20분 늦게 나오면 30분 지각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반드시 50분 이상 지각한다. 그럼 매일 아침마다 통근시간이 일정하냐? 절대 그렇지 않다. 월요일보다 목요일 아침이 더 막힐 때도 있다. 대체 러는지 묻고 따져봤자  길이 없. 그냥 그게 법칙이겠거니(나중에 분명 책에 등재될 거라 믿는다. '경기도 매직'이라던가), 맘 편히 따르는 게 통근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날 경기도민은 1n 년 넘게 학원, 학교, 직장 오가며 뼈저리게 득한 자신의 탁월한 시간 감각을 자찬하고 버스를 기다. 하염없이  내린다. 도로 하수구 위로 컥울컥 을 토해다. 일찌감치 정류장에서 멀찍이 떨어 있는다. 똥 아닌 물똥이 언제 튈지 모른다. 예고 없이 바지를 진탕 적시는 악마 같은 물줄기가 도보 밑으로 세게 흐. 계곡물 떠오른다.  멀리 횡단보도에서부터 며칠 전 했던 생각 하나 떠내려 온다.






장마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 저수지를 뛰었다. 달리기 중에는 생각들과 풍경생각 없이  지나다. '2주간의 장마가 시작되면 당분간 못 뛰겠지.' 아쉬운 마음이 었지 오늘 뛸 수 있는 게 어디냐며 다시 힘을 다. 

그러다 조그마한 다리를 지나는데 자기 역한 냄새가 코를  렀다. 평소에는 안나는 냄새였다. 을 보니 시커먼 물이 엉망으로 고여있. 정체된 정체불명의 뭔가 둥둥 떠다다. 원래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가뭄이 극심하더니 흐를 물도 없어 썩었구나. 이윽고 비가 안 왔으면 했던 마음 바뀌었다. 



'빨리 비가 와야지, 안 되겠어. 그래야 훨씬 뛰기 좋잖아. 바람 내음 이마시면서 말이야. 비가 와야지만 물이 맑아져.'



[비가 와야지만 물이 맑아진다]. 당연한 명제가 연하지 않 모습으로 새롭게 내린다. 삶에도 비가 수시로 찾아온다. 일기예보보다 더 많이, 상처 아픔영원히 끝나지 않을  같은 고통이. 소나기지루한 장마로 태풍으로 별의별 모습으로 온다. 그런데 어떤 '비'이던지 간에 모두 그친다. 가는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비를 맞아야만 새로이 태어나는 게 많다. 몸과 마음과 삶과 사랑이 그렇다.  속에서 맑아지고 자라고 변화한다.  그래서 앞으로 비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비가 오는 걸 보니 새로 맑아지려나 보네.'

게 생각하다 보면 이전보다 수월하게 비를 비처럼 바라볼 수 있테고, 그러다 보면 중에는 풍 한가운데에서도 비를  자가  있 것이다.



2019.9.4 비가 그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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