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2023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들떴는지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문 이름은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도 혹시 틀리진 않았을까 불안하다.
마음에 드는 선물을 충분히 못 살까 봐, 볼 게 너무 많아서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봐, 밥 먹을 곳을 정하지 않아 프랜차이즈 식당만 전전할까 봐.
파워 P인 내가 J를 흉내 내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래 내게 여행은 실패하려고 떠나는 것인데. 계획한 스케줄 그대로 여행이 진행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소한의 일정만 짜놓고 나머진 그때그때 나의 직관과 상황에 맡기는 것이 원래 나의 스타일인데. 내가 내 스스로를 너무 옥죄고 있었다.
태어난 김에 히말라야에서 캠핑도 하고 처음 본 사람 결혼식도 가며 세계일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좀 더 나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 잠시 구글맵은 덮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