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파스타가 주는 만족감

후쿠오카, 일본(6) - 22/08/2023, 오전부터 점심

by JUNE HOLIDAY


본문과 소제목에 제가 다녀온 장소들의 구글맵 링크를 연결해 두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너무나 맑은 하늘. 이 날을 야외 활동의 날로 정한 것은 잘한 것이었을까, 실수였을까.


<피자레보> 일본의 피자 프랜차이즈인 듯하다


일기 예보 상으로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두 번째 날 밖에 없어 야외 일정을 이 날 모두 몰아넣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 문을 나서자마자 '비 오는 날 나갈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는 습했고 기온도 높아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올 것 같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오호리 공원>이었는데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가 숙소에서 나온 지 10분도 안 된 시간이었는데 벌써 티셔츠는 땀에 젖고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꺄르르거리며 호스로 물을 맞는 아이들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오호리 공원> 호수
우리는 정말 새끼 고양이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털옷을 입은 고양이에게 이 더위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오호리 공원


오호리 공원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큰 공원이었지만 넓은 호수 말고는 달리 볼 것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더위 탓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오호리 공원 스타벅스도 가고 정원에서 다도도 하고 싶었지만 모든 의욕이 끊겼다. 짧은 숲길과 더위에 지친 새끼 고양이와 잠깐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곧바로 점심 먹을 곳을 찾아봤다.


날씨에 지친 우리는 <蕎麦と酒 斑菴(まだらあん)> 라는 소바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리뷰는 별로 없었지만 별점이 높았고 꽤나 깔끔한 곳 같았다. 소바집 근처에 다다르니 작은 시장이 나왔다. 소바집은 이 시장 안에 있는 가게였지만 아쉽게도 점심은 다른 곳에서 먹어야 했다. 11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에 찾아갔는데 식당 오픈 시간이 11시 30분이었기 때문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아저씨가 하는 가게였는데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일본어밖에 하지 않으셨다. 간신히 '11時半(쥬우이치지한, 열한 시 반)'을 알아들어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약간 황당했던 것은(나쁜 의미는 아니고) 소바집 사장님께서 아직 오픈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소바집 옆에 위치한 파스타집을 추천하셨다는 것이다.


<마루게따>의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 친구는 명란시금치 파스타를 시켰다


마루게따


이후 다른 식당을 한 군데 찾았지만 구글맵과 운영 시간이 다른 탓에 또 '빠꾸'를 먹었다. 결국 우리는 소바집 아저씨가 추천하신 파스타집을 찾았다. <마루게따>라는 곳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의 파스타 프랜차이즈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우동면처럼 두껍고 약간 거친 파스타 면과 보기와 다르게 삼삼한 파스타 소스는 프랜차이즈 음식이 아닌 집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실제로 우리는 나중에 검색해 보기 전까지 이 가게가 프랜차이즈 가게인 줄 몰랐는데, 음식 맛은 물론 소박한 인테리어가 동네 사람들만의 작은 맛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이른 점심을 먹자 해는 더욱 높이 떠올랐고 기온은 더 올랐다. 습한 공기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구름이 햇빛을 가린 탓에 오호리 공원에 있을 때보다는 걸어 다닐 만했다. 우리는 <모모치 해변>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친 탓에 오호리 공원에서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밥을 먹고 나니 '도라에몽'이나 '짱구'에서 보던 문패가 달린 일본 집들이 하나, 둘 눈에 보였다.


점심 식사 후 <모모치 해변>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프랜차이즈 파스타가 주는 만족감


여행을 떠나기 전 기대했던 오호리 공원에서는 자전거도 타지 못했고 여유를 즐기지도 못했지만 이상하게 아쉽지 않았다. '눈'보다 '입'을 채운 만족감이 더 커서 그랬을까. 날씨는 푹푹 찌고 가고자 하는 식당도 가지 못 했지만 프랜차이즈 파스타(그리고 파스타집의 '에어컨')가 주는 만족감은 우리의 배와 함께 다음 장소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채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