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후쿠오카, 일본(5) - 21/08/2023, 밤

by JUNE HOLIDAY


본문과 소제목에 제가 다녀온 장소들의 구글맵 링크를 연결해 두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라멘을 끓이는 종혁.jpg
첫째날 야식.jpg 일본 치즈 안주가 종류와 상관없이 맛있었다. 한국에서도 먹으려고 했는데 사 오는 걸 깜빡했다.


<바카토아호>에서 저녁을 먹고 나온 후, 아까 봐둔 마트 <마루쇼쿠>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밤 산책을 갔다 와보니 벌써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써니 에키미나미점>에서 산 주전부리들로만 야식을 먹게 되었다. 써니는 마트 체인점인 듯 보였다. 크기는 마루쇼쿠보다 훨씬 컸지만 먹을거리가 좀 빈약했다. 마루쇼쿠는 음식, 특히 초밥의 퀄리티가 좋아 보여 눈으로만 찜해 놓고 나중으로 미뤘던 것인데,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여행 내내 <마루쇼쿠>는 다시 찾지 못했다.


결국 우리의 야식 메뉴는 써니에서 산 이름 모를 간장 라멘과 후쿠오카식 군만두(히토쿠치 교자), 감자칩, 치즈, 마카다미아 초콜릿이었다. 여기에 '당연히 맛있는' 호로요이와 처음 마셔보는 산토리 맥주(물론 작은 사이즈) 한 캔씩이면 알쓰들의 야식으로는 충분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며칠이 지나서 그런지 이 날 술을 마시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아마 예전과는 달라진 둘의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잠깐 얘기했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아마 시답잖은 농담들로 채웠을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옛날 발라드들을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옛 시절 노래를 찾으려고 핸드폰을 붙들고 있기도 했던 것 같다.


이것들은 사실 굳이 후쿠오카까지 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경기도 어딘가 허름한 펜션만 하루 빌려도 시답잖은 농담과 옛날 노래들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낯선 언어로 가득 찬 나라에서 '이방인'으로서 이방인들만의 밤을 보내는 기분은 한국에서 낼 수 없다. 낮동안 계속 낯섦을 느끼다가 잠시 느끼는 밤의 평온함은 별 다른 계획이 없는 내일의 여행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생각보다 고된 하루였는지 나와 친구 모두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일기를 쓰기 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조용한 곡을 찾아 재생했다. 스피커에서는 흘러나오는 이루마의 'Healing Piano' 앨범의 곡들이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쯤, 난 잠에 들었고 일기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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