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일본(3) - 21/08/2023 오후 4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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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 아닐까. 분주한 공항, 이착륙 시 먹먹해지는 귀, 첫 대중 교통과 새로운 사람들, 처음 먹는 음식, 사진에서만 보던 장소들이 영화 필름처럼 연속적으로 눈 앞으로 지나가며 우리에게 긴장과 설렘을 선사한다. 그중에서 숙소 문을 처음 여는 그 순간도 분명 긴장과 설렘의 한 순간일 것이다.
숙소는 좁고 긴 형태였다. 현관문부터 반대쪽 발코니까지만 따지면 우리 집보다 길 정도로 좁고 긴 형태의 특이한 숙소였다. 아, 이제와 생각해 보니 여행 내내 너무 덥고 습해서 발코니를 쓸 생각도 못 해봤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레지던스 호텔이었는지라 세탁기, 가스와 전자레인지, 심지어는 미니 오븐도 있어 보통 호텔보다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요즘 가정집에서도 사라져 가고 있는 가스레인지도 있었다. 호텔 예약 앱 리뷰에는 바닥 청결상태가 좋지 않다는 리뷰가 몇 개 있어 걱정했는데, 무던하다 못해 무감각한 남자 둘이 보기에 바닥은 깨끗했다. 생각보다 쾌적한 방의 상태는 마치 여행지에서 내 집이 생긴 듯 안정감을 주었다.
우리가 숙소를 살펴보고 짐을 풀자 거짓말 같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땀에 절은 몸을 에어컨 바람으로 식히며 나는 잠시동안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마 이 숙소가 없었다면 이 굵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낯선 길거리 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겠지. 먼 나라에서 숙소는 마치 또 하나의 집과 같다.
침대 앞에서 비 내리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가로수와 아직 개학하지 않은 초등학교의 고요함은 타국에서 지친 우리가 잠깐의 힐링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숙소에서 알콜 무능력자 남자 둘이서 여행이 이어진 나흘 밤 내내 작은 술판을 벌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