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일본(1) - 여행 준비부터 출발일 새벽
후쿠오카로 몇 년만의 해외여행을 떠났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2월 베트남 호치민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아, 해외여행은 갈 때마다 왜 그리 불안한지. 여권, e티켓, 호텔 바우처 등등 챙겨야 할 것들을 집을 나서기 전까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체크인하고 수하물 맡기고 입국 수속하기.' 이 과정은 여행 다닐 때마다 내 기억에서 리셋된다. 이 밖에도 보조배터리는 기내에 들고 타야 하는지, 전기면도기는 수하물로 부칠 수 있는지 등등. 내가 잊어버린 요소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행 가기 전만 되면 평소의 나가 아닌 쫌생이(?) 버전의 내가 되는 것만 같다.
아마 국내 여행이었다면 이 정도로 불안하진 않았을 것 같다. 아니, 기억을 되돌려 보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지갑이 없으면 핸드폰이 있고 핸드폰이 없어도 나를 위해 같이 방법을 찾아줄 가족, 친구, 연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해외에 나갈 때만 이렇게 불안할까. 비싼 돈과 오랜 준비 시간이 물거품으로 돌아갈까 봐 그런 걸까.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인 것 같다.
입국 수속을 하고 카운터를 지나가기 전까지는 그 나라에 도착한 것이 아니다. 내 여권이나 티켓에 문제가 있어 수속을 마치지 못하면 한국에도 일본에도 발을 들일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엔 의식하지 못 하지만 우리가 딛고 있는 '땅'과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내 여권에는 문제가 없었고 무사히 후쿠오카 공항을 나설 수 있었다. 아마 내 여권에 문제가 생길 확률은 만 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여권을 잃어버릴 확률은 그보다는 높겠지만 가방 지퍼도 안 열었는데 여권이 혼자서 도망가기나 하겠는가.
어쨌거나 과했던 내 걱정은 후쿠오카의 습한 공기 속에 녹아 사라졌다. 출발의 불안감이 사라지자 잊고 있었던 설렘이 시작되었다. 이후에 이어지던 여행도 헤맴과 방황의 연속이었지만 '받아들여진' 장소에서의 헤맴과 방황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