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부터 시작하는 서비스 기획
'사람의 시선을 끌려는 흔해빠진 기사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 건 이미 내 손가락이 기사를 클릭한 이후였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보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을 나만의 소소한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내가 '이 병'이 있다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간경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심부전 환자 등은 너무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곁들여 물을 한 번에 마시는 것보다 한 시간 간격으로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은근히 유용한 팁도 있었다.
댓글들을 읽어보니 나와는 다르게 물을 의식적으로 자주 마시고자 해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굳이 목이 마르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물 마시는 게 귀찮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댓글에서 시선이 멈췄다. 물을 꾸준히 마시고자 했지만 계속 실패했는데 '물 마시기 알림 앱'을 사용하고 물 마시는 습관들 들였다는 것이다.
'물 마시기 알림? 그런 앱도 필요한가. 그냥 알람 앱 쓰면 되지.'
그러나 이는 나만의 착각이었다. 플레이스토어에 '물 마시기'를 검색해보니 수십 종의 물 마시기 알림 앱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100만 회가 넘게 다운로드된 앱도 몇 개 있었다. 또한 사용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1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앱들 중에서 별점이 높은 앱을 여섯 개 정도 설치한 뒤 주요 기능을 위주로 살펴봤더니 다음과 같은 기능들이 눈에 띄었다.
1) 키와 몸무게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일일 물 섭취량을 계산해준다.
2) 원하는 시간마다 물 마시기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3) 커피, 탄산음료, 차 등 다양한 음료를 기록할 수 있다.
4) 월, 연 단위로 물 마시기 기록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앱마다 위의 기능이 모두 포함되는 것도 있었고 몇 개만 포함되는 것도 있었다. 나는 이 앱을 실제로 사용한 사람들의 '경험'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다운로드한 앱의 플레이스토어 리뷰들을 모아 긍정적 혹은 부정적 리뷰로 나누고, 이들을 또다시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정리해보았다.
생각보다 리뷰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정리해보니 마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친화도 다이어그램)' 같았다. 사람들이 기존에 존재하던 물 마시기 알림 앱에서 아쉬워하던 점은 어떤 점인지, 어떤 기능을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중에서 기획의도, 방향성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주요 기능을 선택해 이를 기반으로 나만의 새로운 물 마시기 알림 앱을 기획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획, 그중에서 UX 디자인이 실무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공부하기 위해 'UX 디자인 입문 A to Z'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 저자는 디자인씽킹의 과정을 '공감-정의-아이디어 도출-프로토타입-테스트'의 반복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위의 과정을 통해 디자인씽킹의 첫 번째 단계인 '공감'의 과정을 경험했다. 처음 '물 마시기 알림 앱'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그저 쓸데없는 앱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요구는 너무나 다양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물 마시기 알림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았다. 또한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들 사이에서도 사용자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물 마시기 알림? 그런 앱도 필요한가. 그냥 알람 앱 쓰면 되지.'
만약 이 생각에서 멈췄다면 나는 저들에게 공감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별것도 아닌 것'을 넘겨버리지 않고 조금 더 연구해보는 번거로움을 통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사용자들에게 공감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공감에서 더 나아가 물 마시기 알림 앱이 필요한 미래의 사용자들이 조금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정의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