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행위는 자연에서 잠시 빌려오는 것이다
- 물리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돌, 벽돌, 유리 같은 재료로 만든 무생물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건축물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 무기질 재료 부분이 아닌 그 부분을 제외한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을 싸고있는 재료들이 좀 변형되어도 그 안의 빈 공간을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물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사람보다 오랫동안 살아남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형되면서 다시 사용된다.
- 사실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쓰고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는 말에 크게 동의한다. 물론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 등의 차원에서도 이 말을 쓸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인간의 창작, 창조라는 행위에 대해 언급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건축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영화, 게임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없다. 모두 앞서 유사하게 존재했던 것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켜온 것들이다. 우리는 이를 모티브, 레퍼런스, 영감, 오마주, 패러디, 혹은 표절 등으로 부르지만 사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미 존재했던 것에서 무언가를 변형시키는 행위를 우리는 '창작'이라고 통칭해왔다. 미술을 예로 들어보자. 2022년의 신진작가는 선배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다른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그 선배 작가는 100년 전 활동했던 유명 작가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든 창작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건축물의 '업사이클링'과 이를 관련지어 설명하면서 건축물의 용도 변화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지만, 이는 예술, 더 나아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인간 사회의 모든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