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 태릉입구 카페 [오르름]

일상을 여행으로 바꿔주는 곳

by JUNE HOLIDAY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 근처 방배동을 두고 '카페골목', '카페거리' 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몰려 있는 길이라고 카페거리라고 하지는 않는다. 공간은 작지만 커피와 베이커리에 진심이며, 각각의 개성이 담긴 카페가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을 카페거리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성수, 망원, 용산, 서촌, 공릉 등 흔히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동네에 카페거리가 조성되곤 한다.


공릉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태릉입구, 화랑대 근처. 위에 말한 동네만큼은 아니지만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모여있다. <오르름> 역시 그중 하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짧은 굴다리를 지나고, 오르막 골목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오르름>이 등장한다.



근처 카페들에 비하면 조금 큰 공간을 지니고 있어, 근방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진열된 30여 가지 이상의 빵들이 눈길을 끈다. 각종 구움과자와 에그타르트, 비스킷, 크루아상이 메인 메뉴다. 10가지 남짓의 케이크들은 '아메리칸 홈메이드'를 콘셉트로 한 듯하다. 가게 곳곳의 일명 '양키 센스' 포스터 역시 묘하게 할리우드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음료 메뉴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었다. 스페셜티 커피라고 명명되어 있었으나 원두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었고, 큐브라떼, 크림아메리카노를 빼면 다른 카페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쓰지도, 시지도 않은 고소한 맛으로 커피 자체의 향이 유별나진 않았다. 한국 직장인이 좋아하는 구수한 보리차 같은 아메리카노였으나, 이곳의 베이커리나 특히 주력 메뉴인 브런치와 함께 즐기기 좋아 보였다.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면 음료가 2천원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메뉴 가격도 나쁘지 않아, 할인까지 받으면 꽤나 합리적이었다. 그 덕분인지 낮 시간대에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주말 가까운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해 보였다. 주말 2시가 넘은 시간에도 그릭요거트 플레이트와 그릭요거트를 바른 베이글 등 브런치 메뉴를 삼삼오오 나눠 먹는 손님이 많아 보였다. 물론 가게 중앙에 노트북 작업자를 위한 10인석 정도의 콘센트 좌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이 카페의 재밌는 구석은 바로 화장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화장실로 향하는 '문'이 조금 독특하다. 겉으로 봤을 땐 평범한 장식장이지만, 옆으로 밀면 화장실로 향하는 통로가 등장한다. 처음 방문한 나는 화장실을 찾느라 주변을 서성거렸는데, 어느 할머님께서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브런치를 즐기시는지 자연스럽게 장식장 문을 스르륵 열고 화장실에 가시는 모습에서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카페 정면을 둘러싸고 있는 창가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골목길, 초록의 풍경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전체적인 우드 소재 블라인드와 거울, 노란빛 조명, 세계 곳곳의 카페 시럽과 소품이 포근한 느낌을 더해줬다. 여행지 숙소 근처에 있었다면 기분 좋았을 카페. 매주 주말마다 나들이 가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동네 카페. 태릉입구와 화랑대 근처에 위치한 카페 <오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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