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by JUNE HOLIDAY
‘제 꿈은, 제가 부잔데 아무도 제 얼굴을 모르는 거예요.’


모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로 기억한다. 사실 모든 사람의 꿈 아닐까? 물론 부자가 제일의 꿈이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전지전능한 존재가 본인에게 저런 선물을 해준다면,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연예인이 아니라도 부자는 많다. 하지만 부자인 것이 티가 한 번 나는 순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 당신이 연예인이 아니라 기업인, 인플루언서, 혹은 맛집 사장님이라도 말이다. 아무도 내 얼굴을 모르는 부자가 되고 싶다. 이 문장에서 ‘부자가 되는 것’만큼, 아니 과장 좀 보태서 부자가 되는 것보다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것’, 즉 철저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삶이다.


물론 지인들 말고는 밖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 나를 보는가 보지 않는가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한다. 카페나 사무실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책을 읽다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책갈피를 끼워서 책 뒷면이 보이도록 덮어둔다.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의 밝기를 낮추고 서점 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한 후에는 꼭 홈화면으로 되돌린 뒤 자리를 뜬다. 내가 못 볼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는 않을까’ 조심하기도 한다. 서점 검색대 화면에 앞사람이 찾던 책이 떠있으면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펜을 잡듯 재빠르게 홈화면을 누르고 내 검색을 이어간다. 또한 길을 가다가 간직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광경을 목격하더라도 해인의 얼굴을 찍게 될까 봐 황급히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대개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아 아쉽긴 하다.


누군가 보면 과할 수도 없고 쓸데없이 주변을 의식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편한 것을. 과할 만큼 나를 숨기고 너무하다 싶을 만큼 남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프라이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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