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약점 두 가지
‘약점론’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의 약점’에 대해 대립하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하나는 약점에 매몰되지 말고 본인만의 강점을 키워라. 또 다른 하나는 본인의 약점을 보강하여 다양한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내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라. 야구를 예로 들었을 때, 전자는 삼진을 많이 당하지만 매년 홈런을 30개 이상 칠 수 있는 강타자라고 할 수 있다. 선구안을 조금 버리더라도 본인의 강점인 파워를 극대화시킨 경우다. 후자는 본인의 약점을 극복하여 정확성, 파워, 스피드, 수비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선수, 흔히 ‘육각형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방법이 더 도움이 되느냐, 누가 옳으냐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약점론 모두 일리가 있고 각각의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오히려 둘의 공통점이다. 강점을 더 키우든 약점을 보완하든 전제되어야 할 것은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약점을 알아야 그와 상대적인 본인의 강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연하게도 약점을 알아야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약점은 무엇인가. 제삼자가 보았을 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약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 파악한 나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꾸준함이 부족하다. 둘째, 디테일이 약하다. 지금 이렇게 세상의 디테일에 대한 일기를 매일 쓰고자 하는 것도 나의 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다. 두 약점론 중에 후자의 방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약점을 과감히 버리지 못한 것은 이 약점 때문에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예시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생긴 취미인데 여행책을 사고 읽는 것에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책을 읽으며 ‘아, 이건 무조건 먹어봐야겠다’, ‘숙소는 여기가 좋겠다’ 하며 신나게 줄을 치다 보면 이미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포만감도 든다. 오키나와, 호치민, 홋카이도, 하와이 등의 여행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여행책을 읽고 오겠지?’
이 질문이 나의 의욕을 자극했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으니 외국인에 대한 한국 여행책을 접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한국 여행책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그 여행책은 정말 제대로 쓰인 걸까? 실제 여행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이렇게 휘몰아친 생각들은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 내가 가본 곳을 소개하는 나만의 한국 여행책을 써보자. 당장 전국을 돌아다니며 책을 쓰진 못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내가 가본 곳 중에 재미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행책 쓰기 1차 시도는 실패했다. 그리고 실패의 이유는 꾸준함과 디테일의 부족이라는 내 약점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내가 방문하는 곳의 사진을 찍고 항상 정리하는 꾸준함, 그리고 외국인의 시점에서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징을 관찰하는 디테일. 이 두 가지가 부족했다.
꾸준하자. 그리고 디테일을 살피자. 이 두 약점을 극복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급변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작은 여행책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