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글똥글

by JUNE HOLIDAY

퇴근 후에 운동을 하고 나면 저녁 8시 전후에 집에 도착한다. 씻고 밥을 먹으면 9시. 여자친구랑 잠깐 통화를 한 뒤 컴퓨터 앞에 앉아 노닥거리다 보면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는다. ‘똥글이라도 매일 쓰자’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스스로와의 마감 약속을 지키기 시작한 지 3주가 흘렀다. 이중에 부끄러운 글은 없는가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전부 다요.”


어떤 글은 나름 열심히 썼지만 퀄리티가 모자라기도 하고 또 어떤 글은 정말 문자 그대로 ‘글’ 일뿐 영양가도 의미도 없다. 소위 말하는 ‘똥글’인 것이다. 이 ‘똥글’들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 보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나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똥글이 모이면 똥글똥글…”


쇠똥구리는 영양가가 풍부한 소똥을 고심 끝에 골라 굴리고 또 굴린다. 인간이 보기에는 그저 더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쇠똥구리는 군말 없이 매일 굴리고 또 굴린다. 어느 과학 영상에서 보았는데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똥에서 새끼 쇠똥구리들이 태어난다고 한다.


더러운 소똥에서 귀여운 새기 쇠똥구리들이 태어난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신비롭기도 하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지만, 나도 하다못해 부끄러운 똥글이라도 똥글똥글 모으다 보면 그 안에서 무언가 태어나지 않을까? 어떤 날은 글 쓰는 게 즐겁고 어떤 날은 고역일지라도 쇠똥구리처럼 묵묵히 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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