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앞 쓰레기 처리 방법

바람이 분다

by JUNE HOLIDAY

에티오피아에서 자생한 커피가 중동과 터키에 전해졌으며 이탈리아로 건너가 에스프레소가 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그리고 21세기가 된 지도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아메리카노는 동아시아로 넘어와 대한민국 직장인 및 학생들의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다.


오전 8시와 오후 12시에 붐비는 카페의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특히 아메리카노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기호식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한 잔에 4천 원이 넘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귀중한 점심시간을 북적거리는 실내에서 보내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중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번 주말 찾은 ‘메가커피’ 역시 대표적인 중저가 카페 브랜드 중에 하나다.


지난 토요일은 오랜만에 영하 1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따뜻한 날이었기 때문에 나는 산책도 할 겸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메가커피로 향했다. 주말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한적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매장이 꽉 찬 것은 물론 테이크아웃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들 역시 붐볐다. 결과적으로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을 수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에 나를 고민에 빠트린 게 있었으니 바로 바닥에 날리고 있는 쓰레기들이었다. 내가 방문한 매장은 키오스크가 야외로 향해있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주문을 한 다음 음료를 받고 빨대와 홀더를 챙겨서 떠나면 되는 것이다. 물론 테이크아웃 손님도 실내에서 기다릴 수 있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키오스크 옆에는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영수증과 빨대 비닐을 버릴 수 있도록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아래 사진을 보자.



바구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갈 수도 있을 만큼 큼직했다. 하지만 영수증과 빨대 비닐은 너무 가벼웠기 때문에 생각보다 바구니는 금방 차버렸고 너무 바쁜 나머지 직원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바구니는 넘쳐서 빨대 비닐과 영수증이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고 1월의 찬바람은 쓰레기들을 멀리멀리 날려 보냈다. 나는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그 쓰레기들을 주울까 말까 고민한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고민만 하다가 쓰레기를 줍지 않았다. 커피를 받으면서 그저 발로 슥슥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놓기는 했지만 그날의 강력했던 바람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바닥에 나부끼던 빨대와 빨대 비닐, 영수증을 줍지 않은 것에 반성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법을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만든 죄인은 다음 중 누구인가?


1) 매장 주문에 배달 주문까지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머지 쓰레기 바구니를 확인하지 못 한 알바생 두 명

2) 챙겨가지도 않을 영수증을 뽑아 제대로 구기지 않고 쓰레기 더미 위에 살포시 올려놓기만 한 중년 손님

3) 속으로만 고민하다고 쓰레기는 결국 줍지 않고 발로 치우는 척만 한 뒤에 도망간 손님


정답은 ‘아무도 없다’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카페 안팎을 관리하는 것은 카페 직원의 몫이기는 하지만 ‘음료만 만들기에도 너무 바빴다’는 면죄부가 있다. 애초에 ‘죄’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2번과 3번 손님 역시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쓰레기를 버리도록 정해진 곳에 정확히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쓰레기 바구니를 관리하는 것은 두 손님의 의무가 아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키오스크가 실외가 아닌 실내를 향해 배치되었다면 어떨까?

키오스크가 실내에 배치되었다면 분명 길바닥에 쓰레기가 뒹구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카페 내부는 더 지저분해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길거리의 카페 쓰레기 줄이기’보다 카페 쓰레기가 어디에도 나뒹굴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고 싶다.


바구니라서 그런 것 아닌가? 작은 쓰레기통이라면?

조금 나을 수는 있겠지만 바구니 대신에 작은 쓰레기통을 놓은 카페를 가본 결과 쓰레기가 삐져나온다는 점은 동일했다. 오히려 바구니보다 용량이 작고 손님이 쓰레기를 안까지 밀어 넣기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빨대 비닐이라도 줄이기 위해 포장되지 않은 빨대를 쓰는 것은 어떨까?

포장되지 않은 빨대를 쓰는 것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빨대 나오는 기계(레버를 살짝 누르면 한 번에 빨대가 하나씩 나오도록 하는 장치)를 사용하면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면?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가 된 지 오래되었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전자 영수증을 보내주거나 영수증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본 후 인쇄하는 등 쓰레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매장뿐만 아니라 포장 시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프라푸치노나 버블티처럼 덩어리가 있는 음료는 큰 빨대가 없이는 마시기 어렵다.


매장 안쪽으로 연결된 입구가 큰 쓰레기통이 배치된다면 어떨까?

쓰레기봉투가 매장 안쪽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밖으로 넘치는 쓰레기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영수증이나 빨대 비닐이 아닌 외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번호표, 빨대 비닐이 꼭 필요한 걸까?

확실히 번호표만 없어도 쓰레기가 많이 줄 것이다. 현재 많은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에서는 영수증 출력은 고객의 선택에 맡기더라도 번호표는 꼭 인쇄되는 경우가 많다. 문자 및 카톡으로 알림을 보내는 방법이 현재 쓰이고 있지만, 개인정보 입력을 꺼리는 일반 고객의 경우 사용하기 어렵다. 혹은 맥도날드처럼 키오스크 옆에 진동벨을 배치해서 고객이 직접 번호를 입력한 후 가져가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진동벨이 모두 소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방향성은 ‘쓰레기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리기 쉬운 쓰레기를 만들거나 관리가 용이한 쓰레기통 배치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영수증과 빨대를 대체하는 것이다. 하루 만에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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