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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영화 <소셜 딜레마>

by JUNE HOLIDAY

AI가 모든 것을 다스리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A.I.' 같은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들에서 기계들은 사람을 공격하고 온 세상을 파괴한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어떤 사람들은 이런 영화가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런 세상이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의 트리스탄 해리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AI가 이미 오늘날의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요."


'소셜 딜레마'에서 트리스탄 해리스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 출신의 개발자 및 전문가들이 그들이 만들어 낸 소셜 미디어에 대해서 경고한다. 오늘날의 현대인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이용에 할애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경험은 몇몇 심각한 중독자들만 겪는 희귀한 사례가 아니다. '소셜 딜레마'에서 인터뷰한 한 투자자는 '아침에 화장실에 가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시나요, 아니면 화장실을 쓰면서 스마트폰을 보시나요?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라고 농담했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의 24시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그 속도를 가속화했다.


소셜 미디어는 두 가지를 통해 우리를 통제한다. '알림'과 '알고리즘'이 그것이다. 한 번 푸시 알림이 오면 확인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친구가 새로 가입했어요. '안녕'이라고 인사해 보세요!' 라거나 '친구가 당신을 사진에 태그 했어요.' 같은 알림은 당신을 미치게 만든다. 말 그대로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알림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왜 알림에서 곧바로 내가 태그된 사진을 보여주지 않지?' 왜냐하면 푸시 알림은 우리가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등에 접속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면 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최대한 오랜 시간 우리가 화면 안에 갇혀 있도록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스마트폰 혹은 소셜 미디어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역사상 그 어떤 도구도 사용자에게 '이제 나를 사용해 봐'라고 말을 걸지 않았다. 현재 소셜 미디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말을 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명령'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단지 다른 사람들의 관심만을 위해서 소셜미디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물론 좋아요, 하트, 댓글은 강력한 요인 중에 하나지만,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게시물들을 연속해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인터넷 대기업들은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보다 강력한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시청기록을 토대로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영상을 끊임없이 소개한다. 포인트는 사용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꼭 봐야 할' 영상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영상만 소개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신의 사상, 철학, 혹은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런 영향력은 오프라인 현실까지 미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이다. 정치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소셜미디어가 그 능력을 과하게 발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악화되어 왔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기 시작했으며 그런 경향은 자신의 사상을 점점 더 고착화시켰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알고리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갈수록 발전하는 알고리즘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물어다 주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당신을 끊임없이 연결한다. '소셜 딜레마'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토끼굴(Rabbit Hole)'에 빗대어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의 토끼굴에 빠져 얼토당토않은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으로 여기며 그 사람들과는 어떠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소수 혹은 한 명의 권력자가 한 사회를 아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물리적인 공격 없이 사회가 양극화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만 '소셜 딜레마'는 기술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그 자체로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세상을 모두 목격했다. 우리는 이런 양면적인 세상에서 생산자이자 사용자이며 또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디스토피아가 되어가는 세상의 목격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트리스탄 해리스는 '매트릭스'를 통해 그 방법을 제시한다.


"매트릭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어떻게 매트릭스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우리가 만들어 낸 기술이 이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매트릭스 탈출'의 첫 단계라고 해리스는 말한다. 당신이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행위 그 자체는 세상에 큰 위협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일어나는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자기 비하와 우울, 혹은 넘쳐 나는 가짜뉴스와 그로 인한 소통의 부재와 같은 일련의 비극들은 우리를 모래지옥처럼 점점 조여올 것이다. 이런 위협이 도래했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소셜 미디어를 조금 더 이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세상 자체에 의문을 던져라. 마지막으로 '소셜 딜레마'의 또 다른 인터뷰이였던 재런 러니어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진정한 낙관론자는 비평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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