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한 번에 두 개, 심지어 세 개씩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유튜브와 작업, 게임과 화장실, TV와 책은 이미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될 때가 많다. 음악을 들으면서 거리를 걷는 일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나 핸드폰을 하면서 볼일을 보면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게 된다. TV를 보면서 작업을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물이 나오고 유튜브를 켜놓고 잠을 자면 왠지 모르게 다음날 아침 피곤하다. 한마디로 능률이 꽝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인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은 할 수 없다는 사실말이다. 나의 경우 '잠깐 짬 내서 하는 건데 뭐'라든가 '반복작업이니까 유튜브나 보면서 해야지'라는 말 따위로 자신을 속이는 편이다. 또는 자신도 모르게 '멀티 태스킹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음악을 들어야 공부가 잘 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뇌는 음악을 들을 때는 공부에 집중이 안되며, 공부에 집중할 때는 잠시 귀를 닫는다. ‘수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잔잔한 유튜브 영상을 '수면제'라고 부르며 틀어 놓고 자지만, 사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 한 시간 정도는 전자기기를 보지 않는 편이 좋다. 시간이 부족한 사회에서 멀티태스킹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멀티태스킹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예전에 건강에 관련된 글을 하나 읽었는데, 건강하게 살려면 옛날 사람처럼 먹으라고 했었다. 원시인처럼 날고기를 먹거나 보릿고개 농민들처럼 나무껍질을 뜯어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것을 섭취하는 것, 즉 '슬로우 푸드'를 권장했다. 이는 식습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선시대, 아니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출근길 내내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을 정독했다. 지금은 카톡 알림과 인스타그램 피드, 유튜브 알고리즘 등이 우리를 방해한다. '잠깐 쇼츠 좀 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면 한 시간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이는 의도된 여가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에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며 타협한다. 특히 유튜브를 보며 일을 처리하는 것은 질적으로다 시간적으로도 최악의 선택이다. 적어도 순수하게 일에만 집중했을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보다는 엉망일 확률이 높다.
과거 사람들은 한 번에 하나씩 일을 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 세대 모두가 한 자리에서 집중해서 공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딴짓을 할 때는 딴짓에만 몰두했다. 지우개똥을 뭉치거나 천장 타일의 수를 세는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딴짓을 할 때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트위터, 게임 등 수많은 앱과 앱 사이를 뛰어다닌다. 그것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멀티태스킹’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든지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의도한 대로’ 시청할 것이다. 내가 책을 읽고 싶을 때 책을 읽고, 내가 잠들고 싶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 한 마디로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멀티 태스킹을 그만두기로 선언한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하루에 더 많은 일을 알차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