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HOLIDAY Jul 16. 2023

통밀파스타와 아이스크림 할인점

15/07/2023

어디선가 보기를 파스타, 그중에서도 통밀파스타는 열량이 낮고 단백질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거다 싶었다. 안 그래도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건강한 삶, 정확히 말하면 비워내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참이었다. 비록 내 인생에 요리는 라면과 김치찌개가 전부였지만 자극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요리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생각보다 요리의 과정은 더 길었다. 우선 재료가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장을 봐야 했다. 그다음 요리에 쓸 만큼만 재료를 빼놓고 나머지는 정리해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설거지와 뒷정리가 남는다.


가만 보면 요리는 등산과 닮았다. 등산복을 준비하고 짐을 싸고 겨우 산을 오르면 하산이라는 최종보스가 나를 기다린다. 등산은 죽을 둥 살 둥 하더라도 하산을 해야 하는 순간은 힘이 쭉 빠진다. ‘산 정상‘과 ’ 식사‘라는 목적을 달성해도 그때까지의 노력과 맞먹을 정도로 힘든 마무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요리는 등산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오늘도 파스타를 포기한 나는 집에 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 뒤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향했다.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을 핑계로 난 건강한 삶을 또 하루 미뤘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용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