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2023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야?
친구나 직장 동료들끼리 얘기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이렇게 묻곤 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을 보내다 보면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야?’ 하고 놀라기도 한다.
한중일, 대만의 한자 문화권과 캐나다는 년/월/일 순서로 날짜를 표기한다고 한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이와 반대인 일/월/년 순으로 날짜를 표시한다. 미국은 월/일/년 순서로 쓴다.
우리가 하루 이틀 정도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이 때문일까. 오늘 하루 정도 지나가더라도 어차피 한 달, 일 년 중의 하루일 뿐으로 넘기는 것일까. 오늘 하루가 만약 무기력 했다면 이런 식의 생각이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달력을 안 보다 보면 어느새 말일이 지나 월이 바뀌어 있기도 하지 않은가. ‘오키나와에서 한 달 살기’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어떤 프로그래머이자 직장인이 있다고 해보자. 사실 프로그래머 대신에 당신의 이름을 넣어도 좋다. 올여름, 퇴사하면, 내년엔, 결혼하기 전엔 꼭 한 달 살기를 해봐야지. 년, 월, 일 중에 연도를 맨 앞에 쓸 만큼 장기적인 관점을 우선시한다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는 뒤로 밀려나기 쉬울 것 같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각 나라별 '장기적 계획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동아시아 국가들이 상위권에 랭크되었다고 한다. 하위권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프랑스나 미국(미국은 월/일/년을 쓰긴 하지만)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날짜를 쓰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오늘 하루만 사람이 많고 미국이나 유럽에도 십 년 단위 장기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마치 우리가 당연히 '년/월/일'을 사용할 때 지구 반대편에는 유년기부터 '일/월/년'을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신기함을 느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유럽 사람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두 개의 사회는 각각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