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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ul 25. 2023

24/07/2023

하후종일 왠지 모르게 축 처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어제 못하는 술을 (낸 딴에는) 과음한 탓인지 뒷목도 하루종일 뻐근했다. 컨디션이 어떻든 간에 김연아의 ‘그냥 하는 거지 뭐’를 떠올리며 할 일을 해나갔다. 아주 힘겹고 느리게 일을 해치워 가던 중 ‘이런 날마다 내가 어떻게 했더라’ 떠올리고 하나씩 그 방법을 실천해 봤다.


먼저 오늘을 버티면 맞이하게 될 달콤한 시간을 생각하며 버텼다. 애인과의 데이트, 친구와의 여행, 혹은 이번주 금요일 밤에 보게 될 드라마 <악귀>를 생각하며 버텼다. 그런 다음 걸어서 먼 거리에 있는 카페까지 산책을 했다. 7살 아이 앞에서도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그림을 끄적거렸고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일본 도시들을 구글맵에 표시해 봤다. 해야 할 작업이 마치 체한 듯 내 가슴을 누르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오히려 잠깐의 무시가 가장 빠른 방법임을 난 알고 있다.


앞이 꽉 막혔을 때 무작정 길을 뚫고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데이트, 그림, 책, 공상 그 무엇이 됐든 부담감이라는 악취가 빠져나갈 수 있는 마음속 ‘창’이 필요하다. 그냥 달래주려는 말이 아니다. 일단 멈추고 뒤로 돌아 창 밖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괜한 노파심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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