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이 Nov 02. 2015

나는 연애가 어렵다

늘 언제나 연애가 어려운 연애고자의 뒤늦은 자가진단 셀프 연애상담.

뜻하지 않은 순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선한 사람이고, 그저 '서로를 알아보고' 싶은 단계. 

호감보단, 호기심에 가까운 사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관계일 뿐인데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겁을 내고 벽을 치는 내 자신을 깨닫고 

나의 상태를 자가진단해보는 글을 씀. 





연애. 사전을 찾아 보면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관계라는 뜻.

남들은 살면서 쉬지도 않고 계속하고, 심지어 동시에 두 세명을 만나기도 한다(그것이 진실된 관계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남들에겐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익숙한 일인 연애가 나는 너무 어렵다. 


내가 언제부터 사람 만나는 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 만나는 데 이렇게 겁을 내게 됐을까


나의 행동들을 곱씹어 보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가오면 다가오는 만큼 지레 한 발짝 물러서고 결국은 쳐내버리곤

그 사람과 나는 인연이 아닐 거라며 자기합리화.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회복하지 못하고 절절매는 '연애 불구자'가 된 걸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봐도 이유가 한 가지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떠오르는 한 사람. 나에게 올봄의 연애는 참 힘들었고, 표면적으로는 그 사람 때문인 것 같다.

아득바득 기를 쓰고 억지로 올려놓은 내 자존감을 갉아먹었던 그 사람.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가장 치졸하게 날 떠났던 그때 악몽 같았던, 기차 속에서의 통화 연결음들.


아픈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처럼 날 대했던 직장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빛나기 위해서 날 떠나버린 그 사람까지.

스물일곱의 봄여름은 여러모로 비참했고 나를 갉아먹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이유들이 나를 더 겁쟁이로 만든 것 같다.


근데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살면서 겹겹이 쌓인 감정들이 그 사람을 계기로 터져버린 것뿐이지, 내 마음속 상처들은 더 오래되었음이 느껴진다.


나는 왜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겐 먼저 전화도 할 수 없으면서 

내게 진심을 보인 사람은 불러내고 이용해먹는 못된 여자가 되어버렸을까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 안달 났으면서. 


보답받지 못할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슬프니까, 내가 너무 힘드니까

가만히 있기만 하면, 난 외로워도 아프지는 않을 거니까


남들 다 하는 연애가 나는 너무 무섭다. 

회복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여주인공의 단골 신분! 비정규직에 관한 혼잣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