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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이 Dec 07. 2015

이별 공식, 이별통보, 이별 극복

쿨하지 못해 미안해

올해는 유난히 이별을 '통보' 받는 해이다.

인터넷 용어처럼,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같은 상황들.

이미 본인이 답을 정해 놓고선, 내 대답으로 관계의 끝을 맺길 요구한다. 

그건 합의가 아닌 통보다. 일방적 계약 파기이고, 을은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불공정 계약해지이다.  


일 한 번, 사랑 한 번. 올해 내가 통보받은 두 번의 이별이 유난히 마음아 팠던 건

(그 외 쓰레기 같은 이별들은 세지 않는 걸로!^^)


내가 불쌍할 정도로 그 회사에, 그 사랑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떠난 그들이 나 없이 너무도 잘 지내 보여서.

찌질하지만 난 그들이 좀 근근이 먹고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날 떠나간 사람/직장의 승승장구 따위 빌어주는 '그런 천사표' 가 아니다.

인정한다. 난 쿨하지 못하다. 미안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 이별의 말을 전할 때에는 심플해야 한다.

네가 입으로  상처 주려는 그 사람은 병신이 아니거든. 

돌려 말한다고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주절주절 핑계 대는 네가 더 짜증 날 뿐이니까

심플하게.

더 이상 네가 필요하지 않다고.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게 서로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올해 내가 받은 통보들은 다 구질구질했고,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었다. 그냥 꺼지시지. 짜증 나니까.

(토익이 950점에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으면 뭘 하니, 전화기 뒤에 숨어 이별을 통보하는 너는 참 비겁하고 찌질했다. 근근이 먹고살아라 제발. + 슬픈 것은 그런 너 따위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나.) 


마음 아프지만 세상은 내 마음 아픈 것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세상이 쿨해서 너무 춥고 +돈도 없어 서러운데 아무도 내 마음 따위 돌아봐 주지 않는다면 빨리 이겨내야만 한다.

너와 들었던 노래를 듣고 마음 아파해 봐야 내 손해고,

내가 속상하다고 술을 퍼먹고 길에다 토해봐야 내가 쪽팔릴 뿐이다.


인정해야 한다.

그냥, 너는 딱 그만큼만 날 좋아했던 거다.

나의 이별은 내가 누군가에게 내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당첨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복권처럼

길거리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된 가짜 선물처럼

반짝반짝해서 나를 설레게 했던 것들이 가짜였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엄마 말보다 음악을 잔뜩 들었기 때문인지, 많이 울었기 때문인지

항상 싼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

안 줄 거면 아예 처음부터 주지 말던가, 잔뜩 기대하게 해 놓고 결국 '줬다 뺏어' 실망시키는

싼타할아버지-혹은 저 위의  그분이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내가 뒤집는 패가 그냥 전부 나쁜 패였는지도 모르겠는데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니까. 그냥 싼타할아버지 탓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쿨하지 못하다. 그래서 가는 너의 뒷모습에 꽃을 뿌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네가 가시밭길을 걷든 꽃 길을 걷든

나는,

괜찮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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