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예쁜 줄 몰랐던 스무 살, 그리고 그 꽃
죽은 줄만 알았던 외장하드가 작동하길래 그 시절 저장했던 사진들을 쭉 보다가
<지울 수 없는 사진들> 폴더에 홀린 듯 옮겨놓은 나의 스무 살의 꽃 사진.
(죽어도 지울 수 없는 사진들을 모아 놓은 폴더로, 밴드시절 사진과 몇 장의 가족사진이 들어있음)
내가 다녔던 계원예술대학교.
지금은 내가 우리 과가 과실을 뺏겨(?) 본관에서 생활한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
쨌든
내가 다닐 때는 과실 앞에 커다란 겹벚꽃나무가 있었고
수업시간 출석체크만 마친 채 ㅋㅋㅋㅋㅋㅋ 다 같이 나와 꽃구경을 하곤 했었다.
작동할 줄도 모르는 큰 카메라를 사서
이것저것 잔뜩 픽셀 낭비를 하고 다녔던 나의 스무 살 시절 똥 사진들을 재밌게 보다가 마주한 이 꽃 사진이 너무 반가워서.
이것도 아마 그냥 대충 찍었을 텐데 8년이 지난 지금 보니 너무 예쁘다.
그때는 이 꽃이 예쁜 줄도 몰랐고 스무 살이 예쁜 줄도 몰랐겠지
올해 봄엔 다시 가서 봐야지. 과실 앞 겹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