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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이 Apr 26. 2016

춘추복

문학이었나 생물이었나, 기억도 안 나는 그 선생님

내가 다닌 학교들은, 그리고 대부분의 그 시절 한국 학교들은 하복보다 춘추복이 훨씬 예뻤다.
 여름의 끝자락, 학교에 매일 등교하기에 꾸며입을것이라곤 교복 밖에 없는 아이들은 춘추복을 하루빨리 입고싶어했고 짠 것처럼, 정해진 날짜보다 빠르게 춘추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했다.

여기서 내 기억속의 그 선생님 등장.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약간 괴짜 느낌의 느리고 어눌한 말투를 가졌던 것만 생각나는 그 선생님은 춘추복을 입은 아이들을 복도에 불러내 세웠다.
"너희 왜 학교 규칙보다 빨리 입었어? ...에어컨 바람이 추워서 그랬지? 추워서 입었으니까 괜찮아, 들어가"
그 선생님의 평소 성격과는 전혀 달랐던,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고 다음 날부터 합법적으로 춘추복이 허용됐었다.

여름의 끝자락, 에어컨 바람이 반가울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복도의 학생들은 그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우르르 교실로 들어갔다. 그 때는 그저 안 걸려서 기쁠 뿐이었는데 10년도 훌쩍 넘게 지나서 돌이켜 보니, 내게 그런 관용이 허락될 일은 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 싶다.

아무튼 12년의 학창시절동안 커피색 스타킹을 빼앗은 선생님, 추워서 입은 외투를 압수해 방학식에 돌려준 선생님, 귀를 뚫었다고 잡아당겨 찢어버린 선생님, 머리채를 잡혀 교무실로 질질 끌고갔던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좋지만은 않은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잘 찾아보면, 그런 기억도 있었다는 얘기다.

덧붙여, 교복 졸라 얇으니까 한겨울에 교복 위에 뭐 입는 건 봐줬으면... 요즘 학생들 막대기처럼 말랐던데 추워보여 안쓰럽다. 내가 이제 학생보다 학부모 나이에 가까워짐을 실감하곤 한다(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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