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알람은 10분 간격이 제맛
시리에게 나 여섯시 반에 깨워줘, 하고 말하면서 떠오른 기억 부스러기 하나, 그 아이의 모닝콜 이야기.
시간 맞춰 전화를 걸어줄 네가 있다면, 나는 네 모닝콜이 울리기 십 분 전으로 알람을 맞추고 미리 일어났겠지. 목소리를 가다듬고, 연습해 보며 막 잠에서 깬 척 부스스한 목소리를 내겠지. 네 전화를 기다려 전화벨이 울리다 지칠 때쯤 전활 받을 거야, 그리곤 몽실몽실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겠지.
너와의 모든 기억은 일그러져 꺼내보기도 싫은 기억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날 깨우려고 일부러 피씨방에서 게임하며 기다렸다던 그 새벽의 목소리가 가끔은 생각난다.
처음엔 악몽같았던 네가 생각나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런 기억의 부스러기들이 반짝거릴때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순간만큼은 잠에서 깨어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던 것 같다. 반짝이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