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환자 가족no.3이 쓰는, 가족한테도 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
엄마는 아프다. 세 번째 이야기, 수술 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훌륭한 커리어우먼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아마도 평생 훌륭한 커리어우먼이 될 수는 없을 거다.
엄마의 수술을 앞둔 몇 주간,
회사 브랜드의 1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해야 했고
생일상 레퍼런스를 찾으며 모니터 앞에서 가슴을 치며 울었다.
우리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생일상이 다 뭔가.
암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 특히 우리 엄마처럼 위암 수술로 많이 먹지 못하는 환자는
체력과 몸무게가 급격하게 줄어들 항암에 대비해 무엇이든 많이 먹고 살을 찌워야 한다.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연기 역시 폐암환자에게 좋을 리 없다.
엄마가 평생 맡아왔을 가스레인지 유독가스는 애써 외면한 채 엄마방 문을 닫고 말도 안 되는 요리솜씨로 이것저것 엄마 밥을 챙겼다
엄마 친구가 몇십만원짜리 착즙기를 보내왔고, 나는 가능한 매일 암에 좋다는 토마토주스를 엄마에게 만들어 준다고 약속했다. 엄마는 암 덕에 호강한다며 웃었고 나도 역시 같이 웃었다
우리는 자꾸자꾸 웃었다. 착즙기 사용방법을 몰라 웃고, 내가 한 음식이 너무 맛없어서 웃고, 그냥 웃었다